20. 행운의 전화
전에도 말했지만 고운은 편지에 젬병이었다. 차라리 총을 쏘고 말지. 아. 뱉고 보니 웃기네, 이제 방아쇠 못 당기는데.
종이를 펴두고 너무 한숨만 쉬었나. 민우가 물었다.
-편지, 걔한테 쓰는 거야?
걔? 숙희 얘기 꺼낸 적 없는데? 뭐지?
당황한 고운은 들숨 날숨이 얽혔고. 기침이 터졌다. 누나 괜찮아?
고운의 사래가 잦아들고야 민우는 우물쭈물 말을 이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 왜 지난번에 그 편지 바꿔 보냈다는 사람한테 연락하나 싶어 가지고.
으응.
엄밀히 말하면, 편지를 바꿔 보낸 건 민우 너고, 그래서 내가 숙희한테 편지를 써야 하지만…
고운은 앞으로 말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우는 생각보다 눈치가 있고도 없었다.
-근데 남자야?
편지를 받을 건 숙희니까,
아니.
수취인이 여자란 사실에 민우는 기분 좋은 듯했다. 운을 떼는 목소리가 꽤 흥겨웠다.
편지는 말이야.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면 돼. 나는 네가 보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보지 못하니 거기서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고, 밥도 잘 먹었으면 좋겠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내 걱정은 안 하길 바라니, 나는 잘 지낸다. 또 연락하겠다 적으면 돼.
그래서. 고운은 그대로 말했다.
-경수는 잘 지내고 있대요.
내가 읽는 편지를 들으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 편지를 믿을까?
-행운을 주는 편지라고, 참 나.
집사 아재는 코우즈키가 버린 신문을 주워 읽으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주변을 살피며 신문을 챙긴 숙희는 뒷간으로 갔다.
아이가 옷 속에서 꺼낸 건
-편지요.
며칠 전, 받았던 편지였다. 손끝으로 까슬한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편지와 신문을 한 글자 한 글자 확인했다. 같았다. 이건 행운의 편지야.
누가 왜 제게 행운의 편지를 보낸 건지 모르겠지만, 숙희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쥐었다.
행운이 필요했다. 저에게. 그리고 오라버니 경수에게.
그리고 마침내, 오라버니에게 편지가 왔다는 첫 번째 전화를 받았다.
숙희는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입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더구나 얼마 전 편지를 도둑맞을 뻔했던 터라, 그 밤, 편지에서 행운이 빠져나간 건 아닐까? 행운이 영영 오지 않으면 어쩌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또다시 걸려 온 전화.
-잘 지내렴.
편지를 읽는 무심한 고운의 목소리 너머로,
숙희는 경수의 음성이 들렸다.
오라버니.
오라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