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입에 쓴 사탕
잘 지내, 도 한두 번이지.
언제까지고 나는 잘 있다. 너도 잘 있어라. 똑같은 내용으로 통화할 수는 없었다.
편지를 되찾으려는 고운의 새 계획은, 숙희를 구슬려 편지를 갖고 나오게 하는 것.
그러니 숙희와 가까워지려면 편지에 진전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소녀는 소녀가 잘 알겠지.
-도둑년.
시장 안쪽이 소란스러웠다.
주전부리를 파는 할배가 한 소녀의 머리칼을 우악스레 붙들었다.
-니년이 사탕 훔치는 거 내가 봤는데!
-나 아니라고요.
-아이고. 남의 집 빨래나 빠는 가시나가 고개는 빳빳이 들고.
그 애는 감색 옷을 입고 있었다. 코우즈키 집에서 일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다만, 할배 말마따나 유난히 고개를 바짝 들었는데
어찌나 당당한지 옷 주머니를 뒤집은 채 앙칼지게 물었다.
-왜요. 옷도 벗어요?
말세다. 말세야. 모두 혀를 끌끌 찼다.
시장에서 떨어진 골목, 그 애는 심부름 봉투 안쪽에 숨겨뒀던 사탕을 꺼냈다.
입에 넣지도 않았는데 달큰한 냄새가 났다. 침이 고였다.
어이쿠, 누군가 밀치는 통에 떨어뜨리지만 않았어도 코우즈키 집까지 행복하게 걸어갈 것을.
누구야! 소녀 뒤에 서있는 건 고운이었다.
고운은 그 애, 서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농보다 작던 아이들 방 가운데서 비명을 지르던 아이. 숙희 반대편에 있던 아이.
망할. 저 여자는 뭐지? 아까 시장에 있었나? 집사 아재한테 말하려나? 서연이 머리를 굴리는 그때, 고운이 내미는 손에 사탕 한 움큼이 있었다.
-이것도 네 거야?
서연이 침을 삼켰다.
-네. 아닌데요.
-아니구나. 그래도 너 줄까? … 대신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잠시 후, 코우즈키 집으로 돌아간 서연은 숙희를 지나쳤다.
똑같은 감색 옷을 입고, 청소, 빨래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저 애에게선 꼿꼿함이 느껴졌다.
서연이 아무리 고개를 빳빳이 들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꼿꼿함.
입에 든 사탕이 쓰게 느껴졌다.
-기분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