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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33. 뜬구름

by juyeong

나카무라 일은 유감입니다. 정말 마사키 짓일까요. 그가 행운의 편지를 유포한 건 확실해요.

태영은 사람들이 떠드는 걸 잠자코 들었다.

엣헴. 헛기침으로 모든 대화가 끊어질 때까지.

모두가 무섭게 생긴 남자를 바라보았다.

조선총독부 경부 타쿠야입니다.


- 혹시 이걸 보신 적 있습니까.


타쿠야가 내민 건 검은 삼각형 두 개가 맞닿은 그림이었다.


- 이 표식이 그려진 행운의 편지가 있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다 죽었습니다.

- 몇 명이나

- 네 명입니다.


불안함에 시끄러워질 찰나

껄껄.

코우즈키가 웃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다. 이 대목에 웃어? 아니, 저 양반이 웃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이 자리에 초대한 건, 곧 경성역에서 출발할 특별 기차 때문입니다.


연이은 죽음도, 우편국 폭발도, 행운의 편지도 관심 없다는 듯. 그는 제 할 말을 시작했다.


시장은 여느 때보다 활기 넘쳤다.

코우즈키 집에 손님이 온다더니 평소보다 늘어난 주문에 주머니도 꽤 채웠고, 편지도 벌써 세 통이나 전했다.

가장 노난 건


- 이제 좀 살 것 같구만.


자리에서 일어난 홍씨였다. 이게 말이지, 죽다 살아나면 사람이 좀 달라져야 정상인데, 애석하게도 그는 여전히 수전노였다. 다만, 춘숙에게는 지극정성이었다. 이것 좀 더 먹어. 안 심심해? 어디 가?


- 똥 싸러.

- 그럼 나도

- 작작 좀 해.


춘숙이 가는 길이라면 지구 끝까지 따라갈 기세였다. 으휴. 오죽하니 고운도 작게 진저리를 쳤을까.

물론, 그날 이후 고운도 춘숙을 유심히 보았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홍씨를 끼얹은 장본인이었으나, 어떻게 시장까지 데려온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홍씨를 떠넘긴 게 나인 걸 알고 있을까. 고운은 궁금했다.


- 아줌마. 그날 수전 아니 홍씨 아저씨가 진짜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변소에서 나온 춘숙을 붙잡은 건, 관이와 민우였다.


- 어.

- 사람이 어떻게 하늘에서 떨어져요?

- 가끔 떨어져. 내가 말이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에 부딪쳐서 눈이 이렇게 됐거든.


그래요?

두 아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가?

모퉁이에 몸을 숨긴 고운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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