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개집사의 은밀한 밤산책
- 늙은이가 갈수록 잠이 없어.
집사 아재는 밖으로 나서며, 코우즈키의 눈이 감긴 걸 몇 번이나 확인했다.
꼴에 가배 맛은 들여 가지고. 약방에서 잠 오는 약이라도 사야 하나. 이불 덮어드린단 핑계로 잠들었나 확인하기도 한두 번이지. 아재는 집을 나서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밤길 걷는 게 이리도 어려워서야.
그가 쉼 없이 투덜거리며 향한 곳은 뒷산.
휘익.
우거진 나무 아래서 휘파람을 부르자, 타다닥 소리와 함께 개들이 뛰어왔다. 호랑이 맨키로 싸나워 보였으나,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멍. 애완견이 따로 없었다.
놈들은 아재 발치에 닭을 내려놓았다. 산 아래 닭장에서 잡아 온 거였다. 물론, 그의 닭장은 아니었고.
- 이거 뭐 작아서 잇새에 끼겠네.
크기가 탐탁잖았으나, 아무도 없는 깊은 밤 산에 곧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다 익었으니, 배때지에 기름칠 좀 해볼까. 아재가 후후 입바람을 불어 닭다리를 뜯어냈을 때였다. 쉭.
대낮에 번개 치듯, 회초리가 그 등짝을 갈겼다.
뭐야! 돌아볼 틈도 없이, 반항할 새도 없이, 이어지는 회초리에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재. 뭐, 눈을 뜬다고 회초리 주인을 알아볼 턱 없을게. 고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었다.
- 물어줄게. 닭값 물어주면 되잖여.
성을 내던 아재는, 대꾸 없이 몰아치는 회초리에 울며불며 빌었다.
- 살려만 주소. 살려만.
다음 날 아침,
시장 푸줏간 주인은 깜짝 놀랐다. 가게 앞에 복주머니가 놓여있었다. 안에 닭값이라 적힌 종이와 돈이 든 그야말로 복주머니였다. 안 그래도 한 마리 두 마리 닭이 사라져 미칠 노릇이었는데. 숨통이 트였다.
놀란 건 코우즈키 댁 소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궁이에서 뭐가 타는 거야? 회초리잖아! 잔 실수라도 하면 으레 아재가 휘두르던 회초리가 불타고 있었다. 누구 짓이야. 가장 최근에 맞은 게… 설마 숙희? 영문도 모르고, 몸집만 한 이불 빨래를 들고 가던 숙희가 제게 쏠린 시선에 멈춰 섰다. 아궁이, 회초리, 쏟아지는 시선, 아재까지.
나는 아닌데. 아니라고 말해도 되나. 또 아무 말 말라고 하실 거 같은데.
- 에이씨.
숙희가 완전히 얼어붙었을 때, 아재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곤 숙희가 든 빨래를 채갔다.
- 내가 하마.
그날 점심, 삼층 복도 끝방에서 전화를 든 숙희는 고운에게 회초리 이야기를 소상히도 털어놓았다. 아궁이에서 타들어 가는 회초리를 보는데 오금이 저렸다고. 설마 벌겋게 익은 회초리를 휘두르려 하시는 건지 두려웠다고. 그래 놓고 이크. 행여 고운이 오라버니에게 전할까, 저는 맞은 적 없다고. 서툴게 거짓말을 했다.
순간, 고운은 지난밤 열심히 휘두른 회초리가 저를 할퀴는 기분이 들었다. 말실수할지도 몰라. 안 되겠다.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는 고운을 숙희가 붙잡았다.
-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