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떤 속삭임
승면은 속 시끄러웠다.
애 얼굴에 흉 남으면 안 되는데, 데려다 쌈질이라도 가르쳐야 하나, 그러다 주먹에 맛 들이면 어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멈춘 건 귓가의 낮은 속삭임이었다.
-히로시 말이에요. 죽이고 싶죠?
처음 보는 사람이 승면의 속을 다 안다는 듯 묘한 웃음을 지었다.
승면은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뭐 드려?
한걸음에 장사치로 돌아갔다.
그러나 낯선 이는 좌판에 일절 관심이 없었다.
-돈이요. 돈 주시면 죽여드리죠, 그놈.
이런 미친놈을 봤나 재수가 없으려니. 평소 승면이라면 그랬을 거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얼마요? 물음이 튀어나왔다. 절실했다. 돈 몇 푼으로 관이를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쌈짓돈을 턴 다음 날, 신문에 히로시의 죽음이 실렸다. 눈에 불을 켜고 보지 않는다면 지나칠 만큼 짧은 기사였다.
상인들은 다시 시장을 찾은 낯선 얼굴을 신처럼 우러러봤다.
-히로시에 천벌 내려준 사람이 당신이오?
-저는 천벌 내려준 사람. 의 중개인. 천벌을 선사한 그분의 이름은 쿠바리볼버.
라고 했다. 개중 쿠바가 뭔지, 리볼버는 또 뭔지 아는 이 없었으나. 중개인이 알려준 귀한 이름에, 사람들은 꿈에나 잊을까 곱씹었다. 구바리볼버. 쿠바니볼버. 제멋대로였지만.
자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 히로시가 사라졌으니 여러분의 삶은 달라질까요? 그럼! 이제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어, 이제 돈 뜯기지 않겠지, 이제 관이가 맞지 않아도 돼.
여러분을 괴롭히는 놈은 히로시뿐인가요?
그럴 리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럼 어떡해?
-무슨 방법이 있는 겨?
-전과 같아요. 돈을 주시면 죽여드릴게요.
중개인은 기사를 가리켰다. 거기엔 ‘히로시의 소지품에서 행운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적혀있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편지 일곱 통을 꺼냈다.
-이게 저희 표식이에요. 여러분의 행운을 빼앗은 일곱 놈을 골라다, 정해진 날에 한 통씩, 내가 드리는 이 편지를 전하세요. 그럼, 쿠바리볼버가 찾아가 수신인을 죽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