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가는 날은 장날
관이와 승면이 행운의 편지를 전하는 날, 학교엔 마츠모토 홀로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민우와 관이 말로는, 종종 있는 일이라 했다.
- 마츠모토 선생님이 밤에 부적을 써서 학교에 저주를 내린대.
- 본인이 일하는 학교에 저주를 내려?
- 그게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은 진지하게 시작해 허풍으로 끝나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고운은 피곤하다며 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래도 이번엔 좀 더 들어둘걸.
마츠모토 서랍에서 경수 명찰을 본 고운이 얼어붙었을 때
퍽!
누군가 다가와 뒤통수를 후려갈길 줄은 몰랐지.
바닥에 엎어진 고운은, 두 번째 가격을 당하기 전 재빠르게 몸을 굴렸다.
비껴간 몽둥이는 바닥을 후려갈기고 쩍 갈라졌다.
와, 뼈도 못 추스를 뻔.
놈은 곁에 있는 물건을 되는대로 부여잡고 고운을 향해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고운의 움직임이 빨랐다. 다만, 고운의 상태도 멀쩡하진 못했다.
삑.
아까부터 귓가에 이명이 들렸다.
웅얼웅얼.
그 탓에, 뒤에서 급습한 놈이 뭐라고 떠드는지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아니다. 마츠모토가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천으로 입을 틀어막아 놨으니 힘껏 소리 질러도 웅얼웅얼이 최선이었겠지.
한쪽에 몸을 숨긴 고운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마츠모토가 밤에 쓴다는 부적은, 학도병 서류였으며
저 남자는 이 일에 함께 관여하는 사람일 것이다.
근데 들리는
- 저거 잘 만났다.
잠깐, 저 말은 뒤통수를 후려갈긴 놈이 전에도 나를 본 적 있단 건데.
내 정체를 아는 놈? 아니면, 이 검은 복면의 상태로 만났던 놈?
고운은 한 명 떠올랐다.
하.
- 개집사.
코우즈키 집에서 일하는 그 개집사였다.
하지만, 개집사가 무슨 권력이 있어서.
아. 그러니까, 숙희 오라버니 경수가 학도병으로 보내진 것에, 코우즈키가 관여를 했다는 거지?
이런 개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