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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44. 경수

by juyeong

숙희야, 잘 지내니?

밥은 잘 먹고?

재밌는 책을 읽어주겠다고 약속해야 억지로 밥 한술 더 뜨던 네가 나는 늘 마음에 걸려.

건강하게 잘 있어야 하는데.

어디 아픈 덴 없어?


언젠가 네가 물었지.

오라버니는 어느 계절이 제일 좋아?

겨울.

왜?

고요하잖아.

숙희 너는?

나도 겨울.

왜?

숙희 너는 대답 없이 싱긋 웃었지만, 나는 알았지.

오라버니가 좋아하니까. 너도 좋다고 한 것을.


숙희야.

전장의 겨울은 너무 시려. 살이 에.

조국의 겨울도 시릴 텐데.

제발 너는 아니길.

이 추위도, 이 고통도, 이 슬픔도 아무것도 모르길.

겨울이 아니라 봄처럼 살길.


숙희야.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별에 소원을 빌어.

이 편지를 너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약속한 것처럼 네게 소공녀를 읽어줄 수 있다면,

그저 멀리서라도 한 번 더 너를 볼 수 있다면,

아니다. 부디 네가 거기서 잘 지내기를, 내게 허락되는 모든 행운을 네게 보낸다.

오라버니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

언제 폭격이 벌어졌냐는 듯 전장은 고요했다.

차마 눈을 감지 못한 경수 아래,

눈밭이 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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