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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45.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by juyeong

웅웅웅. 어째선지 계속 옹알대는 마츠모토를 뒤로하고,

개집사는 고운을 찾느라 바빴다.


- 숨지 말고 나와. 어여 안 나와?


쾅. 발로 의자를 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자꾸만 선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날 뒷산에서 나를 족치던 검은 놈.

정확히는 검은 놈이 휘두르던 날렵한 회초리.

아까 분명 빈손이었어.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달랬지만

휙!

또다시 매서운 회초리가 개집사를 후려갈겼다.


- 나왔다 개새끼야.


학교에 널린 게 회초리 아니겠어?

고운은 누군가의 매를 집어 들고 개집사에게 두 번째 교육을 시전했다.


- 살려만 주소. 살려만.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개집사를 묶는 그때,

밖에서부터 빛이 비쳤다.

고운의 얼굴을 스치는 빛.

이 시간에 누가 학교를 와.

눈을 찌푸린 고운이 밖을 보자 조선총독부 놈들이었다.

가장 앞에 있는 건 타쿠야.

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아.

마츠모토가 계속 소리 낸 이유가 있었다.

교무실 한쪽에 있는 전화.

수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던 거였다.


둘이든, 셋이든, 장정들을 상대하는 게 고운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총을 썼을 때 말이지.

그러나 회초리로만 상대하자면 문제가 되지.

하, 좇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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