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기
- 지금 당장 무기 버리고 밖으로 나와.
타쿠야가 외쳤지만, 학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길어지는 적막에 그는 직감했다. 정말로 뭔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보고받기로, 오늘 여기서 특별 기차를 담당하는 교사와 코우즈키네 집사가 만난다고 했다.
그렇담 회동 때 본 얼굴들이렸다.
면상을 보면 기억날 수도. … 아님 말고.
아무렴, 그날 타쿠야의 신경을 사로잡은 건 코우즈키 하나뿐이었으니까.
오해는 금물. 타쿠야는 코우즈키가 맘에 들지 않았다. 진심으로.
행운의 편지와 그 살인범을 찾아내려 조센징들 족치기도 바쁜데,
한밤중 학교에서 소동이 벌어진 것 같으니 가서 처리하라고?
총독부를 지 시다로 보나.
조선에서 돈 있는 놈치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었다.
내 곧 샅샅이 파헤쳐 주리. 바득바득 이를 갈던 차
- 저기!
부하 한 놈이 창을 가리켰다.
복도를 뛰어가는 형체가 보였다.
눈에 보이는 곳이 모두 검었다. 밤손님처럼.
잡아!
못 잡으면요?
죽여!
타쿠야와 부하들이 검은 인간을 쫓았다.
달빛이 드리운 학교에서 벌어진 술래잡기.
허겁지겁 복도를 뛰는 검은 인간은 이상스레 우스꽝스러웠다. 그게 좀 뒤뚱거리는 것 같달까.
몸싸움하다 다쳤을 수도 있고, 학교에 잠입하다 삐끗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몸매부터가 날렵한 인상은 아니었는데.
어랍쇼?!
허둥지둥 도망을 치던 놈이. 뒤를 쫓는 발소리를 듣고 방향을 틀었다.
뒤로 돌아, 고대로, 타쿠야에게 달려오는 거 아닌가.
저게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아님 미친 건가?
달려드는 짐승은 잡아야 제맛이지.
탕.
이마에 총알이 명중했다.
쿵.
쓰러진 놈의 복면을 벗기자.
어허. 애석하게도, 한 번 본 얼굴이 나타났다.
겁에 질려 채 눈도 감지 못한 마츠모토였다. 그리고
- 이건!
타쿠야는, 마츠모토의 가슴께에서 행운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렇단 말은, 이놈이 지금 여기 있다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