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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48. 숨바꼭질2

by juyeong

교실 뒷문으로 들어온 순사는 바닥에 떨어진 먼지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고 앞문으로 나갔다.

장식장 비스무레한 건 큰 거 작은 거 할 거 없이 모두 문을 열어보았고,

복도 이 끝과 저 끝을 오가며 이 잡듯 학교를 뒤졌다.

행운의 편지를 전달한 놈에 대한 단서는 하나, 조선인 계집애란 거였다.


- 어디 숨은 거야.


타쿠야의 눈에 화장실이 들어왔다.


- 얘 또 어디 갔대?


백탁이 혀를 끌 찼다.

그러니까 만주,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졌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그때의 고운은 누구보다 불같았고,

말 그대로 온몸을 불살랐다.


작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 다치거나,

그런 연유로 남들과 싸워 속 시끄러운 날이면, 고운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 여기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고운의 마음이 한결 가라앉을 즈음,

그를 찾아내는 건 언제나 민형이었다.


- 등잔 밑이 어둡다. 뭐 그런 거야?


고운은 늘 가까운 곳에 숨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모두가 꺼리는 화장실, 고운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타쿠야가 화장실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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