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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49. 숨바꼭질3

by juyeong

타쿠야는 화장실 칸을 하나씩 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역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릴법했지만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편지 범인이 곧 내 손에 들어온다니,

작은 콧구멍이 흥분에 벌렁거렸다.


첫 번째 칸엔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칸, 세 번째 칸도.

그렇게 마지막 칸 앞에 선 타쿠야 귀에 심장 소리가 들렸다.

제 것인지 남의 건지 알 수 없이 쿵쾅 소리.

꿀꺽. 침을 삼킨 타쿠야가 문을 열자

작은 쥐만 찍찍거리고 있었다.


- 망할.


타쿠야는 제 성을 이기지 못하고 쥐를 발로 걷어찼다.

한밤중 습격을 받은 쥐는 뾰족한 이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도망쳤다.


다른 화장실이 어디 있지?

타쿠야가 학교의 구조를 떠올리며 나가는 그때

끼익.

작은 소리가 났다.

푸세식 화장실, 똥 구덩이 안쪽에 숨어 있던 고운이

위로 올라오는데 나무판자가 움직인 거다.

젠장.

반쯤 나가던 타쿠야가 몸을 돌렸다.

성큼성큼 걸어 마지막 칸 앞에 섰다.

이제 고운과 타쿠야 사이엔 얇은 문 하나뿐이었다.


퇴로는 없다.

놈이 나를 잡든, 내가 저를 잡든,

타쿠야가 손에 든 총의 탄환을 확인하고,

고운이 들고 있던 칼을 다시 꼭 쥐는데


- 놈이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학교 복도 저 끝을 향해 우당탕탕 발소리가 들렸다.


- 씨발.


타쿠야가 벼락같이 밖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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