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술래는 바로 당신이야
타쿠야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고운도 화장실 문을 살짝 열었다.
복도 저 끝으로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 뛰어가고 있었다.
- 저거 잡아.
- 저놈 잡아.
- 배달부 잡아.
뒤따르는 총독부 놈들 외침이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고. 어?
그 말을 들으면서도 도망치는 건, 편지가 전해지는 걸 안다는 소린데.
그럼.
설마.
쿠바리볼버?
고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놈을 만나야 했다.
허나 어느새 학교를 벗어나는 쿠바리볼버.
고운은 주저 없이 복도 창을 넘었다.
이른 아침 아버지가 출근하던 길,
어머니, 분주히 장에 오가던 길,
비 오는 날에도 아이들이 먼지 나게 뛰어다니던 경성의 골목골목이
온기를 잃고 차갑게 얼어붙었는데,
그곳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붕 위를 달리는 고운.
머릿속은 온통 민형이 해준 이야기로 분주했다.
- 쿠바리볼버 얘기 들었어? 총을 2발 쏘면, 20명이 죽는대.
- ...
- 총 잡아본 적도 없는 사람도 명사수로 만들어준다는데. 왜 말이 없어?
- 말이 되는 소릴 해야, 말을 하든 말든 하지.
- 아. 만주 총잡이 김고운에게 쿠바리볼버는 같잖다?
같잖긴.
저놈이라면, 내가 다시 총을 잡게 도와줄지도 몰라.
미친 듯이 달린 쿠바리볼버가 총독부 졸개를 모두 따돌리고 숨을 몰아쉬는데.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푸드덕.
하늘에서 떨어진 고운, 놈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물었다.
- 누구야 너.
놈은 도망치지도, 동요하지도 않고 복면을 벗었다.
쿠바리볼버가 아니었다.
백탁이었다.
- 고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