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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51. 그의 이름은

by juyeong

고운이 상해 작전을 떠나기 전날,

민형이 백탁을 찾아왔다.


- 내일 저도 갈게요.


간청이나 부탁이 아닌, 통보였다.

상해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넌 좀 쉬어.

아니요.

왜. 거기 꿀단지라도 숨겨놨어?

백탁이 우스개와 너스레를 떨었지만, 민형은 단호했다. 속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백탁이 후, 한숨을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너, 내 이름이 왜 백탁인 줄 아냐?

- 태몽이, 언 강을 오줌으로 녹이는 꿈이었다면서요.

- 진짜겠냐?

- ...

- 그걸 진짜 믿었다고?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 그게 어떻게 안 중요해! 내 이름이 얼마나 귀한 이름인데!


누군가, 독립운동에 뜻을 품고 만주에 온다면,

그 누를 마주한 사람 절반은 인원 보충에 환영했고

절반은 밀정 아닐까 불신했다.

그리고 딱 하나, 백탁은 제 이름부터 소개했다.


- 내 이름은 백탁이오. 태몽이 오줌 꿈이라서 백탁이라오.


그 말을 들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피이. 웃고 말았다.


엄밀히 말하면, 성은 백 이름은 탁.

그의 이름은 탁이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조선시대에 두 개의 탁이 있었다.

쇠로 만든 금탁과 나무로 만든 목탁.

금탁은 왕께서 군에 명을 내리실 때

목탁은 백성에게 명을 내리실 때 쓰였다.

백탁의 할아버지는, 그 탁을 보관하는 사람이었다.


- 그래서 할아버지, 내 이름에 쓴 탁은, 금탁이야 목탁이야?


어린 백탁이 물으면,

할아버지는 속 시원히 답을 주지 않았다.


- 금이지? 나는 귀하니까 금이지?

- 진정 금이 더 귀한 거 같니?


망아지처럼 날뛰는 손자 모습에

소리 없이 웃으며, 슬쩍 올라가는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답답했을 뿐이었다.


백탁은 사는 게 바빠 그 일을 잊었다.

밥그릇을 빼앗기고,

나라를 빼앗기고,

만주로 와, 작전 실패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어느 날,

제 앞에 두 명이 서 있었다.

고운과 민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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