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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52. 금탁과 목탁

by juyeong

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덫에 뭔가 걸렸다는 알람이었다.


어떤 놈이 잡혔나.

소 돼지면 기가 막히게 좋고,

닭 오리면 무릎을 탁 치게 좋고,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독립운동 기지 가까이 멀리 설치해 놓은 수많은 덫을

하나하나 확인한 백탁은

사람 두 명을 맞닥뜨렸다.


- 넌 뭐야.

- 넌 뭔데.


예까지 오는 길이 험했다고 항변하듯,

얼굴에 땟국물을 잔뜩 묻힌 두 녀석은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중이었다.


덫 구덩이에서 합을 주고받는 꼴을 보자니

여자애는 양반도 이런 양반이 없고

남자애는 천출도 이런 천출이 없었다.


- 저거 깨나 귀한 집 계집애 같은데. 돌려보내야겠어.


시기가 시기였다.

귀한 집에서 자랐단 말인즉, 왜놈들 돈맛을 본, 못해도 앞잡이, 딸랑구란 얘기였다.

고운을 받아주면 안 된다. 당장 돌려보내라.

다들 백탁에게 떠들었다.


진짜 보내야 하나. 사람 하나가 아쉬운데.

백탁이 고심하는 그때,


- 안 돼요.


만류한 건, 천출 민형이었다.

물론, 고운의 머리끄덩이를 잡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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