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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53. 개차반 양반

by juyeong

악!

들개다!


- 얌마 김고운, 저저 나중에 뭐가 되려고 저리 날뛰어, 계집애가.

- 사내놈 아니었어?


덩치 큰 남자애들보다 세 걸음 빠른 달리기,

팔을 앞뒤로 저을 때마다 찰랑이는 짧은 머리,

길가에 깨진 기왓장 하나 주워 들고

으르렁. 남들은 마주칠까 두려운 들개무리를


- 워이. 이 개자식들 저리 안 꺼져?


똥개 마냥 대하는 건, 동네에 고운 뿐이었다.


- 어떻게 온 거야?

- 비명 듣고.

- 도와줘서 고마워.

- 고맙긴. 내가 개를 좀 알아.


쾌활히 내뱉었지만, 여기서 그가 말한 개는, 한집에 사는 개차반 양반이었다.

고운은 제 아버지를 그렇게 불렀다. 개차반 양반.


개차반 양반은 돈깨나 있는 놈이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돈돈돈 하는 것이 사람이요 인생이라지만, 그는 돈만 있었다.

상식 없고 예의 없고

술 한 방울 안 마셔도 가족들에 손지검을 일삼는 망나니 같은 놈.


그래서 고운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차반 양반이 고운을 한 대 때리면,

고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두 대 때렸고,

그가 가족들에 큰 소리를 내면,

고운은 단전부터 끌어올려 더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함무라비 고운이 통한 것일까.

그는 어느 순간부터, 집안 식구들에게 손을 올리지 않았다.


고운은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그놈에게 얻어맞는 다른 남자를 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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