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고운 그 이름
- 아버지 가져다 드릴게.
- 아니, 너 먹어. 맛있는 거야.
- 나는 개떡 안 좋아해.
- 그래? 그럼 넌 무슨 떡 좋아해?
고운은 민형의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가족, 친척, 옆옆집 일곱 살 꼬마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까지 속속들이 아는 고운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
고운은 말없이 돌아섰다.
민형은 계속해 고운의 뒤를 따랐다. 그날 이후 계속
- 고운아.
민형은 쉴 새 없이 고운 그 이름을 불렀다.
인석아, 아가씨라고 해야지.
곁을 지나던 민형 아버지가 놀라 꾸짖었지만,
민형은 그치지도 않고 고운을 불렀다.
얌마. 계집애. 저거. 아가씨.
그 모든 호칭 대신 온전한 이름을 불러주는 단 한 사람.
그래서 고운도, 민형 앞에서는 돼도 안 되는 아가씨 행세 없이,
사나운 함무라비 고운 대신,
원래의 고운으로 있었다.
- 너는, 좀 이상해.
- 뭐가.
- 내가 다른 사람이게 만들어.
- 아닌데, 이상한 건 넌데.
민형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고운이 멈칫하자,
민형은 늦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 그런데, 아버지가 그랬는데 이상한 건 좋은 거래.
모든 게 이상한 날들이었다.
모든 게 좋은 날들이었다.
그러나 좋은 날은 늘, 오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