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양이 목에 달려버린 방울
솥뚜껑을 열자, 밥 냄새가 퍼졌다.
후후 불어가며 밥을 뒤섞는데
숨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배가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일곱 통의 편지를 받은 시장 사람들은 이백 원으로 산 독립에 침이 고였다. 벌써 배가 불러왔다.
-그런데 말이여. 우리, 중한 걸 빠뜨렸어.
뭐? 검은 눈동자들이 쌀집 아지매에 쏠렸다.
-편지, 누구 줄 겨?
-난 또 뭐라고. 그건 이제 찬찬히 생각해야지.
각각의 편지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정해진 날, 편지를 수령한 놈을 죽여주겠다는 쿠바리볼버의 약속이 담긴 귀한 날짜였다.
-그런데 말이여. 우리, 중한 걸 빠뜨렸어.
또 뭐? 시큰둥한 물음. 이번엔 아지매를 쳐다보는 사람마저 없었는데
-누가 주는 겨?
-… 그것도 생각해야지. 찬찬히.
젠장.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
며칠 뒤, 국숫집 이층 방에는 작은 숨소리만 들렸다.
고운은 잠에 들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좋은 꿈을 꾸니?
순간, 고운의 이마에 차가운 총구가 닿았고,
스르르 눈을 뜨자, 고운은 제 이마에 총을 겨눈 이가 보였다. 민형이었다.
-민형아.
낮게 이름을 부르는 순간, 꿈은 끝이 났다. 너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민형은 늘 이름을 부르면 사라졌다.
고운이 민형의 꿈을 꾸는 건, 그의 방에 머물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매일 꿈을 꾸었으므로. 그날 상해에서 고운은 민형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쏴. 쏘라고. 명령이 잇따랐지만, 그녀는 선뜻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십자선 너머 민형이 고운을 보았다.
그때 민형의 표정이 어땠는지, 고운은 기억나지 않았는데
-누나
밖에서 작고 애처로운 목소리가 났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민우였다. 웬 놈이랑 드잡이를 한 건지, 머리는 까치집을, 옷은 군데군데 찢어진 채.
-무슨 일이야.
-누나 큰일 났어. 내가 편지를 줘버렸어.
민우가 일곱 번째 편지를 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