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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59. 운명의 수레바퀴

by juyeong

고운이 상해로 떠나기 전날, 백탁을 찾아온 민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 알았어요. 금탁이든 목탁이든 귀한 이름인 거 알겠고요. 이번 작전 저도 고운이랑 같이 간다고요.

- 왜?


민형이 겪은 상해는, 지옥이었다.

군복을 입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조선인 배에 칼을 찌르던 놈.

그가 찌른 사람은 고작 열 살은 되었을까 싶은 여자아이였다.


민형은 놈이 계속 활개 치게 둘 수 없었다.

그의 뒤를 쫓아 삼일 밤을 새웠다.

그리고 적당한 때에 절벽에서 놈을 밀었다.

놈은 절벽에서 떨어지면서도 웃었다.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었다.


- 상해에서 죽인 군인은 어떤 놈이었어?


그때 고운은 상해로 작전을 다녀온 민형에게 물었다.

잔인했어. 아니 잔혹했어. 조선인 배에 칼을 찌르면서 웃을 때,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었어.

민형은 분명 그를 절벽에서 떨어뜨렸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민형과 함께 작전을 나간 고운은 보았다.

웬 군인을.

씨익 웃을 때,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생기는 놈을.

고운은 목줄기를 따라 오소소 솟아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했다.

놈의 손에 들린 모자에 기리 문양이 있었다. 그건 경찰 표식이었다.

군인일까. 경찰일까.


둘은 몰랐지.

그것이 군복을 입고 작전을 수행하던 타쿠야였다는 걸.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며 민형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던 타쿠야는.

끝내 상해를 돌아다니는 민형의 목덜미를 잡았다.

결국 어그러진 작전과, 들통난 민형의 신분.


민형은 놈들 손에 붙들렸고,

고운은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고운이 총을 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다.

저놈은 민형의 사지를 조각낼 것이다.

가장 아프고.

가장 고통스럽게.

민형아. 내가 너를 죽이는 게, 너에게 정말 평화인 거니? 그럼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운명이 돈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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