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61. 서점

by juyeong

언니.

언니.

어?


민형의 편지를 읽은 후,

무엇에도 집중을 못하더라니.

고운은 숙희와의 전화에서도 통 정신을 못 차렸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 다시 만나면, 같이 하고 싶은 거 있어?


툭.

저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었겠지.

이제 와 민형과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

뱉어 놓고 아차 싶은 순간,


- 소공녀. 오라버니가 소공녀를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숙희의 수줍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망을 품고 있는 게 부끄러운 듯한 말씨였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고운의 마음은 저 아래로 가라앉았다.

고운은 경수가 숙희에게 그 책을 읽어줄 수도, 돌아올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소공녀.

전화를 마친 고운이 서점에 가 소공녀를 찾았을 때,

누군가 먼저 그 책을 읽고 있었다.

고운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눈이 살짝 흔들렸다.

왜지?

특별한 말을 건넸던 건 아니다.

그는 그저,


- 이 책 찾으세요? 저는 예전에 읽었는데. 오늘 문득 생각이 나서.


한 권뿐인 책을 내밀었고.

평소라면 사양했겠지만, 고운은 감사의 의미로 작게 인사하며 책을 받아 들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어디서 스친 적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소공녀가 더 중요했다.


고운은 책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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