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고백2
누나가 뭐라는 거지?
민우는 처음으로 고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 내가 죽였어. 민형이.
그 짧은 말이 꼬부랑말, 아니면 별세계 말처럼 느껴졌다.
누나... 하고 민우가 입을 떼려는 순간,
덜컹.
문을 연 사람은 어머니였다.
- 네가 민형이를 죽였다고?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할까.
수백수천 번 더 고민했던 고운이지만
부글부글 끓던 용암이 단번에 식어버린 듯,
몸과 마음이 단숨에 차가워졌다.
봇물 터지듯 말이 터졌다.
- 네. 제가 죽였어요. 상해에서 총으로 쏴서요.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요.
아니다. 숨기려고 했었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웃긴 게 제 아버지가 민우 아버지도 죽였어요.
저 기억 안 나세요? 개차반 양반. 딸.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야기에 민우는 얼어붙었고,
잠시 비틀거리던 어머니는 사정없이 고운을 때리기 시작했다.
가냘파 때릴 곳도 없어 뵈는 고운을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마구마구 후려치자,
고운은 저항도 없이 그저 맞으며 웃었고 울었다.
때아닌 소란에 사람들이 뛰어와 민우와 어머니를 붙잡았고
고운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 소란이 가라앉을 즈음 백탁이 도착했다.
- 그게 아니에요.
백탁은 무릎을 꿇고, 민우와 어머니에게 고운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형과 고운이 독립운동 조직에 찾아온 순간부터,
작전이 어그러지며, 민형을 가장 아끼면서도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고운의 괴로움을.
- 그날 결국, 민형일 죽인 건, 고운이가 아니라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