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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Aug 05. 2024

한국 올림픽 여자 복싱 사상 최초의 메달리스트, 임애지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은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 복서 바실 로마첸코에게 패하면서 은메달을 거머쥐게 된다(바실 로마첸코가 어떤 선수냐 하면 아마 전적 396승 1패의 복서로 사상 최고의 아마추어 복서로 불리는 선수이며, 프로데뷔 후 3 체급 석권의 챔피언이며 한 때 P4P 1위를 지냈던, 현존하는 최고의 테크니션 복서로 불리는 사람이다. 이런 로마첸코와 올림픽 결승에서 만났으니 한순철 입장에서는 참 아쉬웠을 것이다).  후로 남녀를 통틀어 한국 올림픽 복싱에 메달을 안겨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 한수안을 필두로 거진 꾸준히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던 한국복싱에 있어서 이는 침체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를 깨트리고 무려 12년 만에 대한민국 복싱에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선수가 등장했다. 현재 화순군청 소속의 국가대표 임애지가 그 주인공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대한민국 올림픽 여자 복싱 역사상 최초로 메달을 안겨주게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복서보호차원에서 동메달 전을 없애고 3, 4위를 한 두 선수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올림픽 규정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조석환이 치열한 동메달 전을 치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임애지는 좀 전에 있었던 4강전에서 튀르키예 선수에게 패배하면서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취미로 복싱을 하는 (복싱과 애증의 관계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988년 서울울림픽 당시 김광선 박시헌 선수에게서 대가 끊긴 한국 올림픽 복싱의 금메달 획득을 임애지 선수가 36년 만에 조국에 안겨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내용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임애지 선수의 복싱은 훌륭했기에 그녀에게 그저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8강 후 인터뷰 내용

 프로는 당연하고 아마까지 침체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복싱의 현실. 게다가 올림픽 인기 종목인 총. 칼. 활에 묻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중계조차 안 해주는(비인기 종목은 중계조차 안 해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인기 종목인 복싱에서 여복서 임애지의 올림픽 메달 획득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임애지 선수 역시 자신이 이뤄낸 메달을 계기로 한국복싱이 다시 인기 있고 경쟁력 있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는데 조금이나 일조를 한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표했다.

 그녀는 별 성과가 없었던 지난 시간들로 인해 참 힘들었고 그만두려고 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복싱을 하며 숱한 패배를 겪어본 입장으로서 그녀의 말이 참으로 공감되었다). 시합 전에는, 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현재 그녀의 코치인 한순철이 자신과 같이 (금)메달을 놓치지 말라는 말과,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메달 획득이라며 응원해 주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응원으로 인해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것을 떨쳐내기 위해 그저 복싱 경기 자체에만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동메달 획득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복싱이라는 어렵고 힘든 스포츠에서 메달을 따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기자의 말에, 기록스포츠나 단체스포츠 같은 다른 스포츠들 역시 각 분야의 어려움이 모두 있다며 자신이 그것을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었다(솔직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복싱이 제일 힘든 스포츠가 맞다고 생각하기에 그녀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4강 후 인터뷰 내용

 임애지 선수는 동메달을 따기 싫었기에 애초에 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링 위에 올랐고, 시합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스스로가 이겼다고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동메달에서 전혀 만족하지 않고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가고자 했었던 그녀의 굳은 의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선수에게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승리마인드 역시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그녀는 공격 후 마무리가 좋은 상대 선수에 비해 자신은 그렇지 못했던 점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실 애초에 같은 사우스포(왼손잡이 복서)에 스타일까지 아웃복싱으로 같은 반면 상대선수의 리치가 더 길었던 터라 임애지선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했을 법한데도, 스탭도 없이 거진 받아치기만 하는 상대와 달리 공격형 아웃복싱으로 스탠스를 취해 경기를 풀어나갔던 그녀의 복싱은 상대선수의 카운터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스트레이트 히트를 먹였다고 판단되기에 개인적으로 볼 때 더욱 뛰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그렇기에 1라운드에서 3-2, 2라운드에서 4-1 판정이 나온 것은 솔직히 의아하다).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진들을 보면서 30대의 선수들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 역시 그때까지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고 전하며, 앞으로 이어질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LA올림픽까지 열심히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더해서 그녀는 이제 한국에서 치를 전국체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 여자복싱은 체급이 3 체급밖에 없어서, 현재 올림픽 체급인 54kg에서 다시 60kg로 찌워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몇 없는 체급 때문에 시합마다 체급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왔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줬다(체급을 맞추는 일이 복서에게는 정말 중요하면서도 힘든 과정이라, 이것을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선수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한국 복싱 자체가 인기도 없을뿐더러(혹은 다른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여자복싱이니, 그녀의 애달픈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보는 나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많은 분들이 응원하며 봐주셨을 텐데 감사하고 메달을 못 따서 아쉽다는 말을 전하며, 자신의 경기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재미와 매력을 알아주시고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복싱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실력만큼이나 복싱에 대한 사랑 역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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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임애지 선수 역시 메달을 땄기에 그나마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아마 기사에 조그마하게 실리고 끝이 났을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은 분명히 피나는 노력과 숱한 실패를 겪으며 올라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수는 확실히 나뉜다. 같은 노력 같은 땀을 흘렸어도 로마첸코같이 어느 분야의 천재인 자는 단연코 상위에 속하고, 누군가는 단연코 하위에 속한다. 재능, 운, 환경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비록 메달 획득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비록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고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서 올라왔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을 수많은 선수들에게, 단순히 본인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자책감만이 아니라 운때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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