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의 핵심
불교
철학부터 법, 작게는 명상이나 예절까지, 인간사회의 아주 많은 부분의 기틀이 성인군자들의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4대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가 그 대표인물들이다. 이들에게서 비롯되어 성경이나 불경 같은 진리를 담은 책이 쓰였고, 동서양 철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며, 많은 종교들이 파생되었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종교가 있다면 단언컨대 그것은 불교, 유교, 기독교이다. 기독교는 앞서 언급한 종교 중에서 가장 늦게 전파된 종교이긴 하나 현재 한국인구의 20%가 믿고 있을 만큼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다. 유교는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며 아시아 중에서 특히 한국에 현재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종교로, 유교라는 종교 자체보다도 이와 관련한 '예'에 관한 것들이 한국인 생활 전체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조선시대 훨씬도 전부터 한반도 땅에 자리 잡고 있던 종교로, 오늘날 전국각지 한국문화유산들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기독교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믿고 있는 종교다.
이 중에서도 오늘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종교는 불교이다. 수많은 종교들 가운데서 불교가 가진 고유한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신을 믿고 섬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신이 되자는 의의를 지님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처의 가르침을 깨쳐서 스스로 한 명의 부처가 되자는 의의를 담고 있는 종교가 불교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교는 분명 기독교나 유교와 결이 다른 느낌을 준다. 불교를 치켜세우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는 개독교라고 불릴 만큼 예수의 가르침을 반대로 따르는 탐욕에 미친 청개구리 같은 인간들이 득실거리고, 유교는 그 본뜻에서 크게 벗어나 굉장히 안 좋은 악한 '예'들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불교는 포교를 부담스럽게 강요하거나 악을 행하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절 역시 대부분 산속에 위치하며 자연과 함께한다.
오온이 공(空)하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 불교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경소리는, 불교의 경전,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경전인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은 반야경(지혜를 주제로 한 경전)의 뒷부분 내용으로, 600권 분량의 반야경을 260자로 추려 대승불교의 진리를 함축해 담은 경전이다. 반야심경에는 불교의 중심 교리이자 대승불교의 진리인 공(空)의 이치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공(空)이 뭐냐 하면 '비어있다'는 뜻이다. 그럼 뭐가 비어있다는 것이냐? 색수상행식, 즉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인 색온(물질)과 정신적 요소인 수온(느낌), 상온(상상), 행온(행위), 식온(식별)인 오온이 비어있다(오온이 공하다)고 얘기한다. 오온은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 쉽게 말해 세상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그럼 석가모니는 왜 세상이 비어있다고 말한 것일까?
이것에 답하기 전에 우리는 불교가 말하는 '인간이 고통받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간단하다. 집착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욕심과 집착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석가모니는 오온이 가진 '통제불가능성'과 '영원하지 않음'의 특성을 가리켜 고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통제불가능), 인간은 결국 죽기에 한 사람의 인생이자 세상은 끝이 나게 되어 있다(영원하지 않음).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도 않고, 결국에 우리네 삶도 죽음으로 끝나게 되어있으니, 고통 그 자체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이 내 맘대로 되어야 한다(되는 것이 좋다)는 집착과 우리네 인생이 항상 행복해야 하고 또 반대로 고통은 끝이 없다고만 생각하는 집착을 벗어던지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즉, 세상이 비어있다는 말은 세상만사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정해진 답이 없기에) 빈칸으로 남겨 놓겠다는 뜻이다. 마음에 가림이 없이(어떤 집착 없이)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를 보고 헤아려 스스로를 거기에 맞춰 적응시켜 나아간다면, 이것이 바로 불교가 말하는 집착을 벗어나는 길이고 결국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이다.
... 하지만 말이야 쉽지, 인생에서 매 순간 겪게 되는 (특히 고통과 불행스러운) 일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것들이 정해진 무언가가 아닌 비어있음을 깨닫고, 집착 없이 마음에 가림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가 그것에 적응해 나아가는 것(긍정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이 어디 보통 수행으로 되는 것인가. 지혜를 얻기란 이리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생에 적용해 가며 마음속으로 이 이치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깨닫게 된다면, 이치를 받아들인 만큼 분명 그 사람의 인생에서 느껴질 고통은 작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