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꿈
네모와 동그라미
최근 본래 쓰던 자전거 바구니가 낡고 부서져 새로운 바구니를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자전거 바구니들이 가로로 기다란 사각형 모양이었다. 기존의 자전거 바구니들이 둥그스름한 형태의 원기둥 모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 재밌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구매하게 된 사각형 바구니와 본래 쓰던 바구니의 리터는 비슷했지만 공간 효율에 있어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완벽한 사각형이기에 2L짜리 페트병이나 우유를 딱 알맞게 끼워 맞춰 넣을 수 있지만, 후자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기둥 형태라 페트병이나 우유가 딱 알맞게 끼워지지가 않았었다. 즉 공간에 있어 확실한 효율이 생긴 것이다.
유영석의 '네모의 꿈'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세상은 네모난 것들로 가득 차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공간을 아낌없이 쓸 수 있는 효율이 생기는 것은 물론 획일화되고 끼워 맞춰지도록 교육되고 또 그렇게 살아지도록 주입받은 부속품 같은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네모나게 사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모가 가져오는 효율이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져오며, 또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속품 같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고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네모의 꿈'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주윌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온통 네모로 가득한 세상속에서 모나지 않고 동그랗게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획일화되고 끼워 맞춰지도록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들이 마치 동그라미처럼 자유롭고 뜨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 특히나 이토록 좁은 땅에 수천만의 인구가 같은 문화와 음식과 생각을 공유하는 정형화된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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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원은 네모만큼 양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뿐, 사실 적재적소에서 네모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질적으로 효율적이다. 동그란 바퀴가 네모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동그란 전구가 네모난 공간을 밝게 비추며, 동그란 공 하나가 네모난 경기장 속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네모가 모이면 남은 공간 없이 차곡차곡 꽉 막히지만, 원이 모이면 막힘없이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둥글게 산다는 것은 빠져나갈 공간이 있도록 유연하고 부드럽게 사는 것이다. 효율로 가득한 네모난 세상 속에서, 우리 개개인의 네모난 틀 안에서 만큼은 동그란 생각과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네모난 틀속에 동그라미를 넣는 게 좋을까? 동그란 틀속에 네모를 넣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