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효율로 돌아가도록 설계되었다

네모의 꿈

by 연패맨


네모와 동그라미
217905 사진 출처 : Openclipart

최근 본래 쓰던 자전거 바구니가 낡고 부서져 새로운 바구니를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자전거 바구니들이 가로로 기다란 사각형 모양이었다. 기존의 자전거 바구니들이 둥그스름한 형태의 원기둥 모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 재밌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구매하게 된 사각형 바구니와 본래 쓰던 바구니의 리터는 비슷했지만 공간 효율에 있어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전자는 완벽한 사각형이기에 2L짜리 페트병이나 우유를 딱 알맞게 끼워 맞춰 넣을 수 있지만, 후자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기둥 형태라 페트병이나 우유가 딱 알맞게 끼워지지가 않았었다. 즉 공간에 있어 확실한 효율이 생긴 것이다.


유영석의 '네모의 꿈'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세상은 네모난 것들로 가득 차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공간을 아낌없이 쓸 수 있는 효율이 생기는 것은 물론 획일화되고 끼워 맞춰지도록 교육되고 또 그렇게 살아지도록 주입받은 부속품 같은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네모나게 사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모가 가져오는 효율이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져오며, 또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속품 같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고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네모의 꿈'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주윌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온통 네모로 가득한 세상속에서 모나지 않고 동그랗게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획일화되고 끼워 맞춰지도록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들이 마치 동그라미처럼 자유롭고 뜨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 특히나 이토록 좁은 땅에 수천만의 인구가 같은 문화와 음식과 생각을 공유하는 정형화된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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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원은 네모만큼 양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뿐, 사실 적재적소에서 네모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질적으로 효율적이다. 동그란 바퀴가 네모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동그란 전구가 네모난 공간을 밝게 비추며, 동그란 공 하나가 네모난 경기장 속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네모가 모이면 남은 공간 없이 차곡차곡 꽉 막히지만, 원이 모이면 막힘없이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둥글게 산다는 것은 빠져나갈 공간이 있도록 유연하고 부드럽게 사는 것이다. 효율로 가득한 네모난 세상 속에서, 우리 개개인의 네모난 틀 안에서 만큼은 동그란 생각과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네모난 틀속에 동그라미를 넣는 게 좋을까? 동그란 틀속에 네모를 넣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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