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알

흐트러진 둥지

by 연패맨

체육관 옆에 위치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계단. 내가 청소용품을 가지러 갈 때마다 한 번씩 내려가는 공간이다. 어느 날 고무장갑을 가지러 계단을 내려가 보니 층계참 바로 밑 계단 한 켠에 비둘기 한 쌍이 들어와 있었다. 학창 시절 교실로 날아들어왔던 비둘기 이후로 건물에 들어온 비둘기는 오랜만이었다. 층계참에 열어놓은 작은 창문 사이로 날아들어 온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다시 한번 내려가게 된 계단, 비둘기들이 둥지를 지으려는 것인지 지푸라기와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왜 많고 많은 장소 중에 하필 여기 체육관 아래 계단에 둥지를 틀려는 것일까. 조금만 내려가면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공간이라 혹여나 비둘기들이 해코지를 당할까 봐 내심 불안했다.

다시 일주일 뒤, 계단을 들여다보니 비둘기는 온데간데없고 흐트러진 지푸라기 위에 조그마한 알 하나가 오도카니 놓여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비둘기가 알을 낳고 떠나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몇 시간 뒤 다시 와보니 다행히 비둘기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었다. 먹이를 먹고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나저나 보통 다큐멘터리를 보면 새 둥지에 알이 2,3개는 있었던 것 같은데 1개만 있으니까 뭔가 허전해 보였다. 특히나 둥지가 너무 형편없다니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딱 한 곳에 자리 잡고 만든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가며 둥지를 지어서인지 둥지가 둥지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여하튼 행인지 다행인지 체육관 계단에 자리 잡은 비둘기가 끼를 건강하게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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