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앞으로 무엇을 쓰면 그나마

(18.12.26)

by 김옥미

나의 연이은 기쁜 소식에도 부모님과 가족들은 기뻐할 여력이 없다.

김작가, 김작가. 하면서 나만 바라보고 사셨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기쁜 날이 왔는데

원래라면 뻔뻔하고 허무맹랑한 희망이

술주정처럼 잔칫날처럼 터져나와야 마땅한데

부모님은 이미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벅차서

다들 도저히 기뻐할 여력이 없다.


재활병원에서 아버지가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퇴원 수속을 밟고

부산에서 김해 집까지 갔던 것인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상상으로 풀어 희곡을 써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내야만 하는 희망이라고 작품을 완성했지만,

이제는 엄마와 카트 끌면서 마트 가는 것도 힘들고

아빠 차 얻어타고 한적한 가로수 길가에 도착하면

아빠가 몰래 얻어놓고 고추며 상추며 키우던 텃밭도

지금은 거기가 어딘지 위치도 모르고

나는 내 손으로 상추 한 번 키워본 적도 없는데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많아지고


“아빠. 내 이제 김작가다 김작가.”

한참을 분위기 띄우다가

어딘가 너무 초라해져버린 부모님을 보며

결국에는 혼자 집에서 나와 한참을 울고 말았다.


희망이 뭘까요.

산다는 게 뭘까요.

앞으로 무엇을 쓰면 그나마 보답하면서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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