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
엄마는 조끼 하나도 허투루 사지 않았다. 머리핀 하나도 한참을 고민했다. 반지와 목걸이, 돈만 있다면 꼭 사고 싶어했지만 매번 다시 파느라 바쁘곤 했다. 색깔 맞춰 입는 코디가 여러개 마련되어 있고 엄마는 구두를 참 좋아했다.
시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구두나 옷을 눈여겨 보고 집에 돌아와선 나에게 봐둔 구두가 하나 있다며 눈을 반짝이며 말을 늘어놓고 나를 데려가기도 했다. 사고 온 날보다는 그냥 뒤돌아 온 날이 더 많았지만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려 노력한 것이었다.
집은 항상 깔끔하고 깨끗했다. 엄마만의 규칙과 세계가 있었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빨대와 컵들, 적재적소에 쓰게끔 마련되어있는 그릇들. 엄마는 없는 살림이지만 그런 걸 참 자랑스러워했다. 계란과 두유는 늘 가득차 있고, 계절마다 이불을 바늘로 꿰매고, 엄마는 참 성실히 살았었다.
그게 점점 밥상이 떡국이 되고, 라면이 되고, 매실을 더이상 담가 먹지 않게 되고, 조용필 콘서트 예매를 하지 못하게 되고, 노래방에서 엄마가 녹음을 하지 않게 되면서, 앨범이라도 나온양 나한테 바로 엄마 노래 들어보라고 야단을 피우지 않게 되면서, 그래, 내가 엄마 곁을 떠나게 되면서, 엄마는 점점 잠이 많아지고, 혼자 있기를 고집하고, 어딘가 비굴해지고 있었다.
내가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여러가지를 하고싶지만 아무것도 바뀌진 않을 것이다. 나는 또 버겁고 힘들 것이다. 저 불쌍한 사람이라 아빠를 동정하던 엄마는 자기 스스로를 불쌍하다 여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패배감과 의존은 전염이 되었던 건 아닐까. 내가 보고싶은 건 역시 아픈 엄마는 아니다. 건강한 엄마를 다시 한 번 보고싶은 것일 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건강해야지. 반짝이며 살아야지. 엄마 몫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