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사육사에게 보답하기 위해
보란듯이 살점을 헐뜯었다
코끼리가 육식을 한다며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칭찬받는만큼 구역질이 늘었다
어머니를 닮지 않은 식성을 자랑스러워 했다
어느 날은 도무지 코를 사용하는 방법이
재롱을 피우고 술을 마시던 합리화가 작동하질 않아서
분명히 코가 목둘레를 훨씬 넘길만큼 성장하는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희망이 되질 못해서
언제쯤이면 목을 휘감고 조일만큼
코가 길어질 수 있는지
애초에 코는 그렇게 사용하려던 게 아니었는지
풀이 돋아나면 식욕이 돋을만큼 헷갈려서
언제부터인지 갈증이 밀려와서
물웅덩이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어떻게 마셔야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제야 비상구로 발길을 돌리는데
몸이 절망만큼 커다랗게 육식을 고집한 나머지
코끼리는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통과할수가 없었다
사육사는 이제 코끼리를 귀여워하지 않아서
먼발치서 피비린내나는 코끼리고기를 던져주었다
오래 살라고도 했고 이제 그만 미쳐버리라고도 했다
다만 코끼리는 코를 사용하는 방법을 기억해내고 싶어서
틈만 나면 목을 조이곤 했다
아득해질 때 쯤이면 또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바람에
다행히도 사육사는 동물원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코끼리는 희망을 믿어보기로 했다
코끼리가 오늘도 육식을 시작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