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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보호병동 일지 - 슥슥슥 삭삭삭 색칠놀이

(25.10.23)

by 김옥미

*이 글은 몇 년전, 조울증/PTSD 환자로서

정신과 보호병동 입원 당시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였습니다.

읽는 분에 따라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거나 보기에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살피시고,

안전한 환경에서 읽어주시기를 권합니다.


-


정신과 보호병동에는 볼펜이나 연필을 들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글쟁이는 그게 고역이다.

물론 자해의 위험이나 여러 경우 때문에 그렇다는 건 이해하지만,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모두 뺏기는

보호병동(개방병동은 보통 그렇게까지 가져가진 않는다고 알고 있다)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책을 읽는다던지 탁구를 친다던지

하염없이 보호병동을 돌고 또 돌며 걷는다던지

사이클을 돌린다던지 그런 게 일상인지라,

연필이나 볼펜 하나가 정말 소중하다.


그런데 어느 보호병동에서는 연필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컬러링북에 색칠하는 색연필을 가지고 왔는데,

보호병동에서 색칠이나 하면서

휴양지 왔다고 생각하고 푹 쉬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만,


애초에 보호병동에 입원하기 전에

밀려드는 자살 충동과

침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우울감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듯한 조증 상태였기 때문에


입원을 한 후

색연필이니 가지고 온 책들이니 하는 것들은

나의 보호병동 일상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뭐했느냐고?

원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 3일동안 내리 잤다.

잠만 잤다.

사람이 어떻게 그 정도로 잠만 잘 수 있지 할 만큼

잠만 잤다.


밥 먹고 자고 약 먹고 자고 화장실 갔다가 자고.

그럼 사람이 미치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그게 더 미치게 만들지 않느냐고?


사실 생각보다 먹고 자고 싸고 하면서

3일 정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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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고발자이자 자살유가족, 자살생존자 그리고 정신질환자. 연극의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극단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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