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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보호병동 일지 - 옥상, 나를 안아들던 은인

(25.10.28)

by 김옥미

*이 글은 몇 년전, 조울증/PTSD 환자로서

정신과 보호병동 입원 당시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였습니다.

읽는 분에 따라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거나 보기에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살피시고,

안전한 환경에서 읽어주시기를 권합니다.


-


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톱으로 손등과 팔등과 발등과 발목을 하도 긁어서

더 이상 자해할 곳이 없을 만큼 벌겋게 올라온 상처로

나는 일상 생활을 지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생활비가 필요해서,

야간아르바이트를 했다.


주간아르바이트는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야간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지만

벌이가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멀쩡히 낮을 보내다가도

안 그래도 새벽에는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온갖 불안이 치밀어 올라

안절부절한 때여서

정신질환자에게는 새벽이 가장 위험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새벽에 혼자 편의점에 있으니

내가 안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성격 상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내 마음에 성이 차지 않아

야간으로 미뤄지는 창고 정리 일을

나는 매번 말 없이 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문득 과호흡으로 편의점에서 쓰러지고

친한 지인이 응급실에 실어나르고 했었다.


어느 날은 나 오늘 너무 힘들다, 라고

평소 민폐 끼치는 것에 너무나 두려움이 있던 내가

겨우겨우 그렇게 SOS를 하고도

바로 편의점으로 오겠다던 지인을 내버려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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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고발자이자 자살유가족, 자살생존자 그리고 정신질환자. 연극의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극단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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