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모순에 대하여 2

(18.02.14 - 20.12.09)

by 김옥미

(3) 18.02.14


적막과 굉음을 마주보게 하고,

희망과 절망을 나란히 소개한다.

같은 몸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왜 가치있는 작업인가?

썩어가는 빗물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모순’이라는 시선이다.

휘황찬란한 잔치 한 가운데에서

어떤 전쟁을 목격하는 것도

바로 ‘모순’의 프레임이다.


(4) 20.12.09


‘모순’에 대한 담론이 나의 작품과

나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주제였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모순’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상황을 견디게 하는 신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순적 관점은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내가 드디어 평화에 도달하여도

나를 계속 불안케 했다.

모순적 관점, 필요하다.

어떤 악인에게서든 선함을 집어내고

비극 속에서도 희극을 보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세속을 목격하는 그런 시선.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모순적 관점에 도취된 나는

기이한 자학과 착취 관계를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악연에서 미래를 도출하고,

폭력에서 애정을 발견하려 하고,

피해자에게서 잘못을 파악해내려 하는 식.

네가 있는 시궁창이 얼마나 사실은 영롱하냐는 말보다

드디어 시궁창에서 벗어나 꽃이 펼쳐진 들판이지만

사실은 얼마나 초라하냐는 시선으로 되돌아올 바에야

그런 모순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이제 거두고

고독과 오만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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