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불은 꺼지지 않기 위해 타오를뿐

(18.09.27)

by 김옥미

뜨겁다. 타오르다보면 뜨거운 줄도 모르고 불꽃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땔감이었는지 불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일 것처럼 아늑하다. 나를 보면서 감탄하는 눈빛이 좋다. 보란 듯이 타오르고 싶었다.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눈동자에 비칠 불꽃을 보고 싶었다. 방 안에 놓인 가스렌지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적당히 끓으면 탁. 단계별로 조절해가며 탁. 탁. 나는 부러지는 성냥처럼 토막 나듯 관계의 단절을 감각한다. 인간에게 불꽃은 얼마나 허망한가. 가스렌지로 이어지는, 안전밸브로 조절되는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부조리한가.

뜨거웠다. 끓어오르던 과정과 마침내 불을 켜야만 했던 순간까지도 뜨거웠으나, 뚝. 그저 언제든 불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깜깜했다. 안전밸브를 삭제하고 서로를 향한 끓는점이 한계를 모르고 돌파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끝낸다는 것은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재로 남아 폐허가 될 것이다. 폐허가 되지 않기 위해 나의 불꽃이 성냥처럼 일회적인 순간으로 쓰여지길 원치 않는다. 우리의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서로의 뜨거움을 도구로서 사용하길 원치 않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옥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미투고발자이자 자살유가족, 자살생존자 그리고 정신질환자. 연극의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극단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대표.

1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단상 -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 근면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