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타비슈즈
멋 좀 부릴 줄 안다면.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타비슈즈
아무리 옷을 좋아하더라도 패션을 좋아하더라도 모든 게 좀 귀찮아지는 때가 온다. 이유는 뭐 여러 가지겠지만 (돈이 없어서,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갑자기 뭐가 멋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등등) 그런데 또 아무렇게나 하고 나갈 순 없다. 그냥 진짜 뭔가 딱 하나의 아이템으로 내가 그래도 멋 좀 내는 사람이라는 걸 힘들이지 않고 애쓰지 않고 보여줘야 한다면,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타비슈즈를 신으면 된다.
한마디로 기이하게 생긴 이 신발에 쉽사리 손이 가지는 않는다. 이 신발을 신은 나를 보고 누군가는 징그럽다 했고, 친일이라고도 했고, 기괴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모두 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이 신발은 일본의 게다의 형태를 하고 있고 족발신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이 신발을 신기 위한 양말까지 따로 사야 하니까 그 양말이 더 기괴한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신발을 구매하기까지 이런 이유들로의 고민이 아닌 오직 가격의 이유로만 망설였는데 (형태의 괴상함보다 가격의 베리어가 더 크다) 한 번 보면 잘 잊히지 않는 이 비주얼이 나는 신발이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구매한 건 타비플랫슈즈인데. 그냥 플랫슈즈는 너무 여성스럽다. 하지만 앞 코가 갈라지는 타비 플랫을 신으면 너무 귀욤귀욤 하지도 여성여성하지도 않게 적당히 유머러스해 보인다. 마르지엘라의 고급스러운 가죽은 그 유머를 우스꽝스럽지 않게 해 준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컬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크다. 한마디로 깔별로 갖고 싶다는 말이다)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함의 차원을 넘어 유머스러운 패션을 갖췄다는 게 난 진짜 멋쟁이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괴상한 타비의 쉐잎은 (이제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에서도 보이고 있다) 존 갈리아노가 마르지엘라를 맡고 이름을 메종 마르지엘라로 바꾸면서 대중에게 자주 노출시켰다 생각한다. (사실 노래도 익숙해지면 좋아지듯이 이 모양은 이제 자주 노출되었기에 예뻐 보이는 착각까지 일으키는 것 같다)
지금의 메종 마르지엘라와 예전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틴 그 단어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어떤 패션 유튜버는 이제 마르지엘라의 제품을 하나도 사지 않겠다고 비난했으며, 하락만은 향할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메종 마르지엘라에는 독창성과 새로움이 전혀 없다는 걸 패션업계종사자도 아닌 나도 알 것 같다. 로고 플레이를 전혀 하지 않는 마틴 마르지엘라의 철학인 시그니쳐인 땀 패턴을 가지고 존 갈리아노는 그 완전의 반대에서 전면으로 로고 플레이하고 있다. 그리고 마틴 마르지엘라가 몇십 년 동안 만들어온 다양한 시그니쳐들을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꿔서 해마다 몇 년째 우려먹고 있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는 점은 그걸 대중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역시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물건에는 과시하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는 걸 존 갈리아노는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예전의 마르지엘라는 남들이 마르지엘라를 몰라도 상관없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매니악적이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찾는 사람들의 브랜드였다면, 이제 메종 마르지엘라는 대중의 브랜드가 되었다. 나 ‘ 마르지엘라 입었어, 들었어, 신었어’를 보여주고 싶은 대중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나만해도 살까 말까를 망설이던 타비를 갈리아노가 만든 쉽게 손이 가는 플랫으로 샀고, 그다음에 타비부츠로 넘어갔으니. 갈리아노가 상업적 소질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정말 마틴 마르지엘라가 만든 마르지엘라와 갈리아노가 맡고 있는 마르지엘라는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다른 건 확실하다. (왠지 매출만은 지금이 더 상한가가 아닐까 예측해 본다) 이렇게 계속해서 존 갈리아노가 창작이 없이 소비하고 있는 마르지엘라의 철학이 언제까지 핫 할지 그러다가 이 타비슈즈 마저 어느 날 갑자기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제발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길)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생각이라는 걸 해서 옷을 걸쳐 입기 만사가 다 귀찮은데 그래도 멋짐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냥 올 블랙에 타비플랫 혹은 청바지에 빼꼼 발가락을 내민 타비부츠가 당신을 멋 좀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 나는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타비 슈즈를 신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