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그림. 세 번째

에드워드 호퍼_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by 이가든

시간은 저녁 9시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뉴욕 골목 어딘가. 그들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에드워드 호퍼_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가장 왼쪽에 중절모를 쓴 남자는 이 식당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 “늘 먹던 걸로” 바텐더는 대답 없이 그에게 술을 주었다. 대화를 섞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남자에겐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오른쪽에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또 다른 중절모의 남자는 지금 막 여기서 만나 사이일 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에게 괜찮은 술을 대접하려고 바텐더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말했다. 혹은 그와 그녀는 중요한 비즈니스를 나쁘지 않게 끝내고 회포를 풀기 위해 여기로 온 것 일지도… 아니면 이 둘은 내일 아주 중요한 일을 모의하기 위해 오늘 밤 여기서 만났을지도. (살인사건 같은… ) 바텐더는 늘 그렇듯 그들의 대화를 들어도 못 들은 척 이들을 알아도 아는 척해주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바텐더의 하루 또한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늦은 밤까지 손님을 응대하는 그의 얼굴엔 피곤함이 깊게 묻어 있다.


멍하니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그림 한 장은 무궁무진한 추측과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몇 시이며 도대체 무슨 대화들을 나누고 있는지? 서로와 서로가 어떤 사이인지? 이 식당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증은 계속되어 당장이라도 이미지 검색을 해서 구글지도로 식당 주소를 찾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 이야기의 장르는 설정하기에 따라 아주 진부한 치정멜로일지,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일지,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미국판 일지, 흡사 우리나라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와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이야기가 되는 그림이다. (그러다가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이 그림은 수많은 추측을 남기는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을 읽고 에드워드 호퍼가 스케치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도통 의문점만을 남기는 소설로 수많은 스토리를 보는 사람에게 남기는 그림을 그리다니!)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이 그림을 처음 본건 맥 모니터 배경화면으로 설정된 배경이미지로부터였다. 야근하려고 맥을 켤 때마다 지정값으로 설정된 이 그림은 매일매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하루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인기가 있는 작가라서) 그의 그림의 특징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제3인칭 관찰자시점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인공이 혼자라면 그녀 혹은 그는 이 장소로 왜 오게 된 건지. 어떤 사연으로 가득한 건지, 이 배경 혹은 공간은 이 그림이 그려지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니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건지. 호퍼의 그림은 자꾸자꾸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새로운 의문과 추측, 궁금증의 이야기가 난무할 뿐이다. 그런데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그 이야기가 달콤한 러브스토리나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허하고 외로운 그래서 고독하기까지 하다. 많은 사람들이 에드워드호퍼의 그림을 좋아하는 건 우리의 삶과 밤은 대부분 고독하고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 많은 밤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말도 안 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인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인지.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 그냥 상상이야기를 써보자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의 프롤로그를 아니면 에필로그를.


작가 에드워드 호퍼

연도 1942년

매체 캔버스에 유채

크기 152 x 84 cm

위치 시카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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