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사람. 세 번째

정세랑

by 이가든

그녀가 계속 꾸준히 힘을 내어 책을 써주 길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정세랑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요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한탄하며 이러다 가는 정말로 대한민국도 나도 (학원비에) 망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로 (사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울 생각도 없고, 나를 닮았다면 그건 불가능이라 애초에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가 되어보니 그냥 놀릴 수도 없다) 키우는 불변의 법칙이 있는데 그건 독서이다.


어렸을 적을 생각해 보면 나도 오지게 책을 안 읽었다. 책보다는 인형이나 TV, 손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으니,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어른이 되어서도 볼 거 놀 거 즐길 것들이 넘처나는 세상이라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솔직히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나를 책을 보는 재미로 이끈 작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정세랑 작가이다.


정세랑 작가의 글을 만난 건 공동저서 가슴 뛰는 소설웨딩드레스44라는 단편을 읽고서부터였다. 웨딩드레스 렌털샵에서 여러 사연의 신부들을 웨딩드레스가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웨딩드레스 관점으로 쓰인 이야기였는데 그게 첫 만남이었다. 그다음은 피프티피플. 50명 정도의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챕터마다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말이다! 세상의 주인공이 왜 남인가? 우리 모두인데. 모두가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왜 소설이나 영화는 주인공이 한 명 혹은 남주여주 인가? 이 소설을 보고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가 나왔다. 이 책의 형식이 모티브였는지 어쩌는지는 모르지만) 피프티피플이 정세랑매니아가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 도장 깨기를 하듯이 정세랑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고 사모으고 또 읽고 사모으고... (그때,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며. 그녀의 작품이 몇 권 남지 않았음을 슬퍼하며) 그리고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탐구에 정점을 찍었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사랑스럽지만 과격하고, 다정하지만 터프하며,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판타지라던가 SF 같은 장르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정세랑이 보여주는 장르소설에는 빠져들었다. SF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는 픽션의 설정이 너무 많으면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정세랑이 보여주는 SF에는 현실감이 있다. 정세랑이 만들어내는 소설은 형식이 특별하면 내용이 현실적이고, 형식이 평범하면 내용이나 주제가 특이하다. 그 공식 안에서의 변주들이 특별함과 공감의 밸런스를 이루는데 그게 어쩌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그걸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나의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름을 위한 다름이 아닌 어떤 한 곳은 발을 땅에 붙이고 있어야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녀가 여자라는 것과 나와 비슷한 또래의 작가인 지점도 아마도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더 깊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녀가 여자인 것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도) 앞으로도 나도 정세랑도 젊기에 (늙지 않은 건 확실하다) 그녀가 계속 꾸준히 힘을 내어 책을 써주길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녀의 책을 사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거라 약속한다.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책을 읽는 것이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알게 된 걸 감사하고 있다. 나의 아이도 언젠가는 만나길 바란다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세포가 끌리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세랑 작가의 단독 저서 List (사진대신)


덧니가 보고 싶어 (2011/11)

지구에서 한아뿐 (2012/6)

이만큼 가까이 (2014/3)

재인, 재욱, 재훈 (2014/12)

보건교사 안은영 (2015/12)

피프티 피플 (2016/11)

섬의 애슐리 (2018/6)

옥상에서 만나요 (2018/11)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2019/6)

목소리를 드릴게요 (2020/1)

시선으로부터, (2020/6)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2021/6)

아라의 소설 (2022/8)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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