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BackPack
프라다를 메고 회사에 가자
프라다 백팩
고등학교 때였다.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다.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짭퉁 명품을 사기 위해서(그때 이태원은 그런 곳이었다) 돈은 없고 명품은 메고 싶고 이태원에 가면 적당한 가격에 그리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명품을 살 수 있다고 전해 들었다. 처음 가본 이태원은 무서웠다. (나는 노는 것도 아니도 안노는 것도 아닌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안 듣는 것도 아닌 진짜 애매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태원역에 도착하자마자 삐끼들은 바로 우리가 타겟임을 알아봤고 말을 걸었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우리는 몇 번 거절하지 못하고 금방 누군가에 끌려 골목에 들어갔던 것 같다. 거기서 짭퉁 프라다 백팩을 샀다 (가격을 내고할 자신도 깜량도 없기에) 요란하지도 않고 적당한 이 가방을 나는 꽤 오래 잘 멨다. 가볍기도 하고 크기도 모양도 적당하며 책을 꽤 많이 넣어도 찢어지지 않고 튼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나도 어른이 되면 진짜 프라다 가방을 매장에 가서 살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정말 많이 흘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외근이나 이동이 많은 일이다 보니까 차가 없는 나는 가방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남자들처럼 주머니에 지갑 핸드폰만 가지고 다닐 수도 없다. 하루 종일 한 번도 꺼내지 않지만 또 안 가지고 나오면 꼭 필요한 짐이 늘 많아. 작은 가방은 애초에 필요 없는 보부상이다. 이렇게 늘 짐이 많으니 무거운 가죽 가방은 또 몇 번 들다 탈락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냥 출근을 하려면 백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출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가기 위해 참 별게 다 필요하다. 그만큼 회사는 나가기가 싫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가짜 프라다를 메고 등교를 하던 내가 생각났다. " 그래 이제 진짜 프라다 백팩을 메야겠어!"(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다니겠다는 명분으로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
프라다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여자. 뭔가 좀 쿨 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원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의가 없어 보이지도 않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당장이라도 언제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말 뿐이다. 이번에는 그만둘 거야 라는 회사원들의 말은 대부분 그냥 해보는 소리이다)
프라다 나일론 백팩의 장점은 일단 가볍다. 크기는 작아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들어가고 그래도 그리 무겁지 않다. 그리고 디자인에 유행을 타지 않고, 갑자기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다. (그런데, 가죽도 아닌 이 가방의 가격은 많이 나쁘다) 핸드백이 주지 못하는 두 손이 주는 자유가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진짜 열심히 이 가방을 메고 출근을 했다. 그렇게 프라다 백팩은 나의 애착가방이 되었다.(나보다 열일은 가방이 했다) 그때의 짭퉁 가방과 지금 진짜 프라다 백팩은 나름대로 각자 할 일을 했던 거 같다. 가방은 짭퉁이어도 학교에 열심히 갔고. 지금은 매일 회사에 간다. 그래서 지금 나의 인생은 진짜가 되었을까? 진짜는 모르겠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애매하긴 마찬가지 같다. 그렇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니까 프라다를 메고 회사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