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사람. 네 번째

사라 린 트란

by 이가든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

사라 린 트란



르메르의 쇼를 보면 디자이너 크리스토프가 어떤 여인과 함께 손을 잡고 나와 인사를 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곱슬머리. 동그란 눈. 동양계인 듯한 서양인의 외모의

전형적이지 않은 미모. 옅은 미소. 침착한 애티튜드.

그녀가 등장하면 쇼를 구경하던 걸 깜박 잊고 그녀를 본다. 그녀는 그녀만의 특유의 분위기로 모두를 조용히 압살 한다. 이 여자는 누구인가? 인간 르메르. 르메르의 뮤즈. 사라 린 트란


르메르의 공동 디렉터이자 크리스토프의 전 애인이다. 르메르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브랜드가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르메르라는 브랜드를 그녀만큼 잘 소화해 내는 모델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쇼에서 키가 크고 비율이 아무리 좋은 모델일지라도. 패션이라는 건 단순히 옷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바로 그 옷을 그 브랜드를 누가 입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사라 린 트란은 자신의 쇼에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나오면서 말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것이 분명 있다고.

조금만 검색창을 두드려도 그녀의 파파라치 일상룩과 크리스토프와의 커플룩이 쏟아져 나온다. 무심하게 걷어 올린 셔츠와 루즈한 와이드 팬츠. 아주 미세하게 한 방울씩 다른 톤온톤의 뉴트럴 컬러의 매치. 정말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커플룩의 모범 사례를 두 사람이 보여주는데 한번 따라 해 본들 쉽게 따라가지지가 않는다. 르메르는 평소에 손이 자주 가는 옷을 만든다는 철학을 추구하지만 막상 입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게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건 아니구나. (가격도 문제가 크다) 분명 옷의 문제는 아니고 내 몸의 문제인지 비율의 문제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데. 곧 다시 그건 다시 몸의 문제도 아닌 이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좌절에 빠진다. ( 르메르를 입고 싶어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좌절)


나이가 들어도 진정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비단 이건 옷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삶은 결국 그걸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결국 나 자신을 알 수 있기에.

이미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어울리지는 그것이 주는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라 린 트란이 보여주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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