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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불편한 구두.

by stay gold



경쾌한 소리가 나는 구두를 신은 날에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갈 때의 외로움 같은 까닭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들뜬 방황을 즐기고 싶은 오묘한 열망 탓.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밤거리를 방황하다 어딘가에 들어가 적당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구두를 신고 한 바퀴 돌다 보면 발이 불편해 결국 귀가하게 된다. 익숙해도 구두는 구두. 오래 걷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이 불편 덕에 차분한 시간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릴없이 배회하는 대신 조용히 쉴 수 있다. 이것이 경쾌한 소리가 나는 구두는 조금 불편한 것으로 사는 이유.


무척 좋아하는 드라마 히밈(HIMYM)의 어느 에피소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새벽 2시 이후에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

새벽 정서에 취해 후회할 짓을 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


밤 10시 이후에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중년의 나는, 이 불편한 구두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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