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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투 Jul 06. 2021

1년밖에 못 산다면

2000년대 초반 일본 작가가 쓴 책의 영향으로 아침형 인간이 유행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 성공적인 삶을 살아보겠다고 출근 전에 영어 학원을 다니고 헬스를 하고 난리법석이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적어도 한 번은 아침형 인간에 도전했을 것이다. 나도 몇 번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나는 강제성 없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출근, 미팅, 비행기 시간 등 생계에 관련되거나 초강력 이슈가 있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자기 계발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내가 완전한 자유의지로 새벽에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어젯밤에 먹고 싶은 빵을 꾹 참고 아침에 먹으려고 남겨 놓았을 때이다. 별명이 ‘빵순이’인 나는 빵에 진심이다. 특히 밥을 먹고 난 후 후식으로 먹는 빵이 제일 맛있다. 빵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식사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한국음식의 강한 양념 맛을 빵으로 눌러준다고 해야 하나? 커피 마실 때는 또 어떤가, 쓴 커피와 달콤 느끼 바삭한 크로와상의 조합은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정도다. 빵을 먹을 핑계는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빵을 좋아한 덕에 직장 생활할 때도 내 자리는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책상 서랍에 각종 빵, 과자가 넘쳐났기에 함께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지금 말로 하면 회사의 핵인싸? 그 덕에 사장님 눈총을 피할 수 없었지만...ㅜㅜ


아무 생각 없이 밥은 밥대로 먹고 빵은 빵대로 마음껏 먹던 20대, 난 꽤 살이 쪘었다. 자꾸 둥글둥글 해지는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 키가 작아서 조금만 살이 쪄도 바로 티가 났다. 그때부터 내 평생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빵을 먹기 위해 밥을 줄이고 국도 안 먹고 음료수도 안 먹었다. 빵이 아닌 다른 모든 걸 줄였다. 빵도 밤에는 필사적으로 참았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한 번씩 못 참고 과식하거나 한밤중에 빵을 먹어치우고 나면 나 자신이 참 비참하고 싫었다. 나의 20대는 식탐과의 전쟁이었다. 그래서 난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눈물 나게 먹는 양을 조절한 지 10년을 넘기면서부터는 소식하는 게 전처럼 많이 힘들지 않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뚱뚱하지 않게 살고 있다(날씬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나이가 드니 옴마야! 나잇살이라는 게... 근데 이제 뭐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전처럼 전투적으로 식사조절도 못하겠고, 너무 적게 먹으면 기운이 달려서 나잇살은 어느 정도 포기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양껏 먹지는 못한다.


“다이어트는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야 끝난다.” 내가 한 말이다. 평생 배불리 먹는 건 포기하고 살겠다는 말이다. 한데 만약 내가 앞으로 1년밖에 못 산다면... 나는 당장 내 평생의 다이어트를 끝내겠다. 밤, 낮 신경 쓰지 않고 살 따위 걱정하지 않고 밥이고 빵이고 실컷 먹겠다. 관속에 들어갈 때야 끝날 줄 알았는데 1년이나 실컷 먹을 수 있으니 뭐, 나름 횡재다!!! 근데 하던 일도 멍석 깔아주면 못하고 연애도 말리면 더 불붙는다고, 오히려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그다지 끌리지 않을 수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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