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영할아버지, 산할아버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김서방은 영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표는 제가 끊을 테니 앉아 계세요.”
영 할아버지는 역 앞에 놓인 의자 중 하나를 골라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김서방이 편의점에서 시원한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왔다.
“드세요, 아버님.”
“아, 좋지!”
커피를 좋아하는 두 남자는 편의점 커피로 시작하는 아침이 꽤 괜찮다는 듯, 나란히 미소를 지었다.
‘카톡!’
‘카톡!’
영 할아버지와 김서방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가족 단톡방이었다.
“설아인가 봐요.”
영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잘 도착했어? 언제 나간 거야? 두 사람? 나간지도 몰랐네.]
[응, 역이야. 곧 출발해.]
김서방은 셀카모드로 자신과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영 할아버지를 찍어 보냈다.
[아버님과 모닝 커피 중.]
설아는 사진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살가운 사람이 또 있을까.
[이제 곧 출발.]
카톡을 확인한 설아는 아이들 등원 준비를 서둘렀다.
“할아버지랑 아빠 어디 갔어?”
“응, 동굴 다녀오신대.”
“나도 동굴 갈래! 학교 말고 동굴!”
“안 돼! 김봄!”
[잘 다녀와, 고마워 오빠.]
그렇게 두 사람은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평일이라 한산했고, 어느새 두 사람은 따로 앉아 있었다.
[아버지와 따로 앉아서 가는 중.]
[ㅋㅋㅋ 함께 간 거 맞어?]
[남자들은 원래 그래.]
기차 안에서 따로 앉은 모습을 보고, 설아와 김서방은 서로 키득키득 웃었다.
영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이 귀여웠다.
그는 핸드폰엔 관심도 없이 창밖과 도착할 동굴을 생각하며 설레고 있었다.
집중의 할아버지였다.
⸻
그렇게 동굴이 있는 역에 두 남자가 도착했다.
[이제 동굴 시작!]
처음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올랐다.
속도도 비슷했지만, 어느 순간 김서방은 뒤로 처졌고 영 할아버지는 속도를 맞춰주었다.
“괜찮은가?”
“아, 네네. 아버님 안 기다리셔도 돼요. 금방 따라잡아요, 먼저 가세요.”
그 대답을 들은 영 할아버지는 정말 그래도 되냐는 눈빛을 보내고는
그렇게 설레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영 할아버지가 아니라, 산 할아버지였다.
그는 멈출 줄 모르고 산을 올랐다.
김서방은 그런 영 할아버지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죄다 할아버지의 뒷모습이었다.
[오빠, 함께 가는 거 맞지? 다 뒷모습이야? 아빠한테 좀 천천히 가라고 해.]
[아버님, 진격의 거인이셨어.]
그들은 높은 산을 올랐고,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시원했고, 차가웠고, 신비로웠다.
“김서방, 저기 좀 보게!
내가 여길 〈6시 내고향〉에서 봤거든.
티비로 보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멋지구만!”
“좋아하시니까 저도 너무 좋네요.”
“우리 여름이, 봄이도 여기 와봤나?”
“아니요, 아직.”
“그래? 꼭 한번 데리고 와 봐. 아이들이 참 좋아할 거야.”
“네, 그럴게요!”
영 할아버지는 큰 동굴을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김서방은 시원한 동굴을 나오는 게 아쉬웠다.
점심시간이 되어가자 동굴 밖은 더워졌다.
“이제 더워지니 어서 내려가세.”
“네, 아버님.”
그렇게 두 사람은 남자 대 남자, 진격의 동굴 대탐험을 해냈다.
산 아래로 내려오는 길, 막걸리집이 보였다.
출출해진 김서방이 영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점심 드시죠.”
“좋지. 기차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여기서 먹고 가세.”
평소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였다.
김서방은 그런 할아버지 덕에 덩달아 신났지만, 다리가 아팠다.
“아버님, 다리 괜찮으세요?”
“그럼~ 아직 쓸만해. 오늘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워. 한 잔 받으시게.”
할아버지는 능숙하게 막걸리 한 잔을 따랐다.
“아버님, 저 이거 한 잔 먹고 취할 수도 있어요.”
“알지 알지, 우리 김서방 술 약한 거.
그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하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이 막걸리 향처럼 퍼져 나갔다.
그날의 햇살은 막걸리 향보다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