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stay young

10화. 잘 지내렴, 또 보자.

by 제난희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동해의 여정도 내일이면 끝이다.

오늘은 영 할아버지가 머무는 마지막 날이었다.

김서방은 식탁에 힘을 주었다.


주말이라 온 가족이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날이 좋아 공원에 갔다가, 더워지자 바닷가로 향했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했고, 할아버지는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었다.


“할아버지, 멍때려요?”

“봄이구나.”

“할아버지 이제 멍 잘 때리네요. 내가 온 줄도 몰랐죠?”

“그래, 봄이에게 배웠지.”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이끌었다.

비치의자에 앉은 할아버지는 엉덩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등을 훑었다.


“할아버지, 시원하죠?”

“그래, 시원하다.”


멀리서 설아와 김서방이 걸어왔다.

아이들과 바닷가를 걷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설아는 멀리서 사진을 찍었고, 김서방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과 아이들 음료를 들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번졌다.


집으로 돌아온 저녁,

아이들은 씻기 싫다며 도망 다녔고,

설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봄! 씻고 나와야지!”

“엄마아아~”

“봄아, 씻자. 씻고 나오면 할아버지랑 바둑하자!”

“알았어요!”

“그래그래.”


“할아버지 효과 최고.” 설아가 작게 웃었다.

할아버지도 찡긋 웃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시끌벅적한 소리를 뒤로하고

내일 쓸 물건을 따로 챙겼다.

하루를 정리하듯 일기를 썼다.


그의 오래된 공책엔 언제나 같은 글씨체로

그날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아버님, 식사하세요!”

“얘들아, 밥 먹자.”


식탁엔 김서방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가득했다.

수육, 김치, 시원한 콩나물 냉국, 작은 회 한 접시까지.

아이들이 자리를 뜬 후엔 어른들의 시간이었다.


설아가 레드 와인을 꺼내며 말했다.

“마지막 밤이니까요.”


그렇게 주말의 밤은 천천히 흘러갔다.


다음 날, 모두가 출근과 등원을 마쳤다.

설아는 운동을 미루고 아버지를 역까지 모시기로 했다.

둘은 아침 커피를 함께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레코드판 하나 사서 꽂아뒀다. 아이들에게도 틀어줘.”

“우리 집 LP는 아빠 덕에 늘어나요. 이번엔 꼭 들어볼게요.”

“그래그래, 바쁘니까. 그래도 한 번쯤은 들어봐라.”


가방을 들고 차에 오른 두 사람은 역으로 향했다.


“운전이 많이 늘었네.”

“생존형 운전이죠.”

“그래도 자꾸 해야 늘어. 그래야 안전하지.”

“네, 아빠.”


역에 도착하자, 영 할아버지는 딸을 꼭 안았다.


“잘 지내고 있어. 또 보자.”

“네, 아빠. 조심히 내려가세요. 도착하면 연락하세요.”

“그래그래, 어여 가.”


그는 딸의 멀어지는 차를 잠시 바라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은 이상하게도 한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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