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승진은 수많은 사람의 땀으로 이루어진다.
2005년 1월 13일, 나는 부이사관으로 진급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승진 대상자 명단에는 나보다 연륜이 깊고, 업무 성과도 뛰어난 선배들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정부업무혁신’을 한층 강화하며 ‘혁신과장’ 보직을 ‘혁신기획관’으로 격상하고, 그 자리를 부이사관이 맡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이 보직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혁신 업무는 그만큼 고되고 부담스러웠다. 밤늦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컸다.
인사위원회에서는 “이 일을 이어갈 사람은 현 혁신과장뿐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나를 발탁하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 느낀 것은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진급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들은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었다.
밤새 보고서를 정리하고, 조직의 변화를 위해 논의하던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진은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쌓아올린 결과였다.
이후 나는 국방문민화 등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했다.
‘혁신기획관’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제도를 다듬는 자리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멈추지 않게 하는 기관차였다.
국방 행정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더디고, 때로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신뢰를 얻고, 공감으로 조직을 설득하는 과정이 결국 모든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그 무렵 나는 조직 교육에도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기존의 매뉴얼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YOU-答(유-답)’이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모든 정답은 ‘당신 안에 있다’는 철학으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2박 3일 동안 합숙으로 진행됐다.
책상도, 평가도, 지시도 없는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열었다.
위계 대신 공감이, 명령 대신 대화가 자리를 잡았다.
첫날 아침, 버스를 타고 떠나는 직원들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그들은 서로를 향해 박수를 보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확신했다.
변화는 강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교육은 이후 실무자 교육, 간부 교육, 그리고 가족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됐다.
대법원, 검찰,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이 이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국방 조직 내부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진정한 혁신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확산되었다.
나 또한 배웠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일하는가’를 묻는 것이 진짜 혁신의 시작이라는 것을.
2005년 연말, 국장 승진 인사가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입사 동기 세 명이 승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나는 부이사관이 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사위원회에서 뜻밖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동안 추진해 온 혁신과 문민화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또다시 나를 발탁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 행정의 혁신을 이끌어온 노력을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성과란 숫자가 아니라, 관계와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지시가 아닌 설득, 명령이 아닌 공감으로 함께 길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조직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국장으로 진급하며 나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보고서를 잘 쓰는 실무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문화를 바꾸는 리더가 되어야 했다.
직위는 높아졌지만, 책임은 그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진급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었다.
혁신으로 시작된 길이 이제 사람 중심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조직의 성장도 결국 사람의 성장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그 믿음이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가장 든든한 나침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