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시간은 그렇게 나에게 흘러왔다.

3. 그날, 어머니는 서울에 계셨다

by 황희종

어머니를 서울로 모신 적이 한 번 있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고,

어머니 스스로도 내키지 않아 하던 일이었다.

그래도 그날만큼은

어머니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차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차들이 쉼 없이 오가는 모습을

어머니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람이 참 많다.”

그 한마디가

그날 어머니의 서울 구경에 대한

전부였다.


어머니는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을 보고 싶어 했다.

국방부 건물 앞에 섰을 때,

어머니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자랑스럽다거나,

감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은

‘잘 버텼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며느리는 그날

어머니께 몇 가지 옷을 사 드렸다.

어머니는

“이런 건 필요 없다”라고 했지만

끝내 거절하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새 옷 봉투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머니는

그날을 오래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울이 어땠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다시 꺼내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하루가

어머니에게도

조용히 남아 있는 기억이라는 것을.

자식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고,

그 자리에 서 본 하루.

어머니의 긴 삶 속에서

그날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따뜻한 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삶을 떠올릴 때

늘 그날을 함께 떠올린다.

서울의 복잡한 거리보다,

국방부 건물보다,

새 옷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어머니의 조용한 표정을.

그날,

어머니는 서울에 계셨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한가운데

따뜻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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