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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Aug 18. 2024

커피계의 애플과 에르메스가 되는 법

카페 산업 분석 ep 2.  국내 스페셜티 커피 프랜차이즈 분석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루보틀''테라로사'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며 높은 퀄리티의 커피를 자랑하는 블루보틀은, 스타벅스를 필두로 에스프레소 커피와 카페의 공간을 즐기던 커피 산업에 원두의 향을 즐기는 새로운 물결을 불러왔다고 일컬어진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우수한 품질의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카페공화국이라 불리는 국내에서도 당연히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지난 21년 사모펀드로부터 700억이나 투자받으며 많은 화제를 일으킨 테라로사가 대표적이다. 사모펀드는 위험성 있는 투자보다는 수익성이 확실한 투자를 지향하는데 그런 사모펀드에게 유망한 스타트업도 아닌 카페가 투자받았다는 사실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는 커피계의 에르메스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두 커피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스페셜티 커피 사업은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사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고급 커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 있다. 다만 본 글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단순히 고급화를 지향하는 커피 브랜드의 의미로 사용하겠다.



* 스타벅스의 국내 성공 요인을 다룬 지난 회차를 읽은 후에 본 회차를 읽으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https://brunch.co.kr/@99751ba2c34f49e/3


커피 브랜드 사업이 고급화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


 스타벅스의 등장 이후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경쟁이 심화되자 카페들은 자신만의 차별점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괜찮은 맛의 커피, 작업하기 좋은 공간, 편안한 분위기, 기프티콘과 멤버십 등 웬만한 요소들을 이제는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가 제공한다. 그렇다면 같은 가치를 제공하더라도 포지셔닝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 더 많은 투자를 해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하고 가격을 높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거나, 반대로 비용을 줄이고 낮은 가격을 통해 가성비 이미지로 승부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에게 전자와 같은 고급화 전략은 쉽지 않다. 브랜드 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는 매장마다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매장은 커피가 맛있지만 어떤 매장은 커피가 맛이 없고, 어디에는 콘센트가 있지만 어디에는 없고, 어디는 종업원이 친절하지만 어디는 친절하지 않다면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나아가 브랜드를 좋지 않은 이미지로 기억한다.

 이런 브랜드 사업의 제약은 카페들이 고급화를 시도하기 어렵게 만든다. 고급화를 위한 어렵고 디테일한 요소는 모든 매장에서 동일하게 제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을 높이기 위해 취급이 어려운 고급 원두를 사용하거나 레시피에 디테일한 요소를 추가한다면 커피를 내릴 때마다 비슷한 맛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스타벅스도 이런 맥락에서 커피에서 맛이 나는 것을 감수하고도 커피 원두를 강하게 볶아 공급하고 있다. 강하게 볶은 원두는 향을 살리기 어려운 대신 맛이 강렬하기 때문에 커피를 내릴 때마다 일정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문제는 매장이 많다는 것에서 온다. 매장이 많을수록 컨트롤이 어렵고, 많은 수의 매장을 컨트롤하기 위해선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보다 단순한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매장 수를 줄인다면 어떨까? 적은 매장을 운영한다면, 디테일하고 어려운 요소라도 매장마다 동일한 퀄리티로 제공할만하지 않을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은 실제로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매장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바쁜 타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블루보틀은 최상의 커피 맛을 고집하며 적은 매장 수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는 약 3만 8천 개인 반면 블루보틀은 약 80개 정도다. 국내도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약 1,900개이나 블루보틀은 13개밖에 되지 않는다. 대량 생산을 포기한 덕분에,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인 좋은 원두로 철저한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들이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블루보틀의 어느 매장에서나 비슷한 퀄리티로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적은 매장 수는 당연히 단점이 있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천 개의 매장이 있는 타 카페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사업을 하는 카페에게 접근성은 중요한 문제다. 오픈서베이의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소비자의 카페 이용 이유 중 '집에서 가까움'이 31.9%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 카페 사업에서 매장 수가 적으면 블록마다 있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나 개인 카페에 비해 카페의 위치가 가까운 경우가 적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커피의 맛에 많은 투자를 하니 임차료가 높은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매장을 운영하기도 부담스럽게 된다. 실제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도 품질 관리를 위해 상권이 발달되지 않았지만 임차료 부담이 적은 도화동에 매장을 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래도 스페셜티 커피를 팔려면,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야 할 것 같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는 낮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오게 하려면?

 

 사람들은 언제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오게 될까? 먼저 원래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은 커피를 찾아올 법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점유율은 전체 커피시장에서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생두 수입의 트렌드도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쓰이는 베트남산을 밀어내고 스페셜티 커피에 주로 쓰이는 브라질산이 1위를 차지하면서,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가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는 것과 스페셜티 커피 카페를 방문하는 일은 다른 일이다. 커피를 카페에 가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직접 추출해서 마시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론 핸드드립에스프레소있다. 그리고 이 두 방식 모두 가정에서 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다.


핸드드립을 통한 추출

 핸드드립은 여과지를 사용해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입문용을 위한 핸드드립 장비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갖출 수 있으며, 추출 방식에 대한 정보도 많다. 추출 자체는 3분 내외로 끝나는 등 방법이 복잡하지 않으며, 원두와 같은 원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에스프레소를 통한 추출

 에스프레소는 머신을 이용해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빠르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코로나 이후 홈카페 트렌드가 생기면서 가정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는 경우도 이제는 많이 생겼다. 실제 통계 상으로 봐도 그렇다. 2022년 상반기 기준 국내 에스프레소 머신 시장 규모는 6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성장했으며,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원이 넘으면서 5년 사이 4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가정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기 용이하다는 특징을 봤을 때, 스페셜티 커피를 찾을 정도로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카페를 가기보다 커피를 직접 내려마시는 비율도 충분히 높을 듯하다. 그렇다면 집에서 내려마실 수 있도록 좋은 원두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매가 아닌 개인에게 소량으로 파는 원두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로스터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좋은 품질의 생두/원두를 카페들에게 공급하는 도매 비즈니스로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지만, 본글에서는 카페로서의 사업 방향에만 집중하겠다.)


 또한 가격이 높다는 스페셜티 커피의 특성상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매번 스페셜티 커피를 사서 마시기는 부담스럽다. 반면 가정에서 직접 내려마시면 가격의 부담도 훨씬 덜하다. 수요가 성장하고 있더라도 커피를 즐기는 마니아층은 아무래도 일반 대중보다는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공략해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이들이 자주 방문해 주는 단골손님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가격의 측면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커피가 명품 의류처럼 한 번의 구매에 남길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크지도 않다.


  규모 면으로나, 빈도 면으로나, 수익성의 면으로나 마니아층에만 기대기보다는 일반적인 대중들도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할 듯하다.


 그렇다면 커피에 특별한 조예가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언제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오고 싶어 할까? 비싸고 맛있는 커피는 아무래도 잠깐 들르거나 편하게 들릴 때보다는, 오래 머물고 특별한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가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 카페는 매장 내 음용 비중이 테이크아웃 비중의 2배를 넘는다. 이런 맥락에서 힌트를 얻을만한 카페의 사업 형태가 있다. 바로 개인 카페다.


 오픈서베이의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로 비프랜차이즈인 개인 카페는 매장에 오래 머물고 싶을 때와 평소와 다른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을 때 방문한다고 한다. 카페 이용 이유에서도 개인 카페만이 다른 사업 유형들과 달리 유일하게 '접근성(집에서 가까워서)'이 순위가 낮고 다른 이유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낮은 접근성에도 특별한 시간을 위해 스페셜티 커피 카페를 방문하게 하려면, 개인 카페의 상황을 참고해 봐도 좋을 듯하다.


개인 카페에서 힌트를 얻어본 스페셜티 커피 카페의 무기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3 (출처: 오픈서베이)

 개인 카페의 방문 이유를 살펴보니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가 45.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별한 시간에 가고 싶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좋은 분위기의 공간이 중요할 것 같다. 앞선 회차에서 살펴봤을 때, 커피는 공간과 합이 잘 맞는다는 특징도 있었다. 또한 한국은 특히나 커피 소비에 있어 공간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카페의 공간이 이렇게 발달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윤서영 작가님의 아티클에서 잘 정리되어 있어 인용한다.


https://brunch.co.kr/@seoyoungyoun/25


 프랜차이즈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공간에 특별한 변화를 주는 것은 매장 수가 적을 때 가능한 부분이다. 특색이 확실한 인테리어로 매장 수가 너무 많으면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이 너무 많으면 희소성이 떨어져 특별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나올 수 있는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의 경쟁에서 스페셜티 커피 카페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특별한 공간'이다.


테라로사 국립현대미술관점 (출처: 테라로사 홈페이지)

 테라로사는 이러한 무기를 잘 활용하고 있다. 테라로사는 넓은 대형 매장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빈티지한 공장 느낌을 주는 본점부터, 현대미술관점은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포스코센터점에는 철로 인테리어를 꾸미는 등 각 매장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도 "커피는 맛뿐 아니라 '공간의 미학'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라고 말하며 커피에게 있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맛에 집중한다는 철학 아래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지향하는 블루보틀도 성수동의 역사를 반영하여 공사장같은 인테리어로 성수 카페를 만드는 등 인테리어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개인 카페의 이용 이유에서 또 다른 주목할만한 점은 음식/디저트에 대한 선호이다. 타 유형에서는 5위 이내에 음식/디저트에 대한 언급이 없는 반면, 개인 카페에서는 '음식/디저트가 맛있어서(20.5%)'와 '음식/디저트가 다양해서(19.0%)'가 각각 3위와 5위로 주요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매장에 오랜 시간 머물 때는 음료 이외에도 디저트와 같은 다른 음식을 함께하고 싶어질 법하다. 스페셜티 커피 카페가 매장에서의 양질의 시간을 제공하는 전략을 택한다면, 디저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간과 디저트는 고객에게 카페를 선택할 때 중요한 이유가 될까? 이를 커피의 도시라고 불리는 강릉에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보헤미안박이추커피 (출처: 보헤미안박이추커피 쇼핑몰)

  강릉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유명한 카페는 테라로사뿐만이 아니다. 테라로사와 비슷한 시기에 강릉에 개점한 '보헤미안박이추커피'도 있다. 박이추 대표는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서 커피에 있어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이런 보헤미안커피도 충분히 잘 되고 있는 카페지만, 별점 수나 리뷰 수 등의 지표로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강릉을 대표하는 유명세는 테라로사가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테라로사가 좀 더 잘 될 수 있었을까? 테라로사가 특별히 더 맛있다기엔 박이추 선생님의 명성과 실력이 있으며, 실제로 보헤미안커피의 리뷰를 살펴보면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맛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매장 위치를 살펴봤을 때 접근성의 측면에서도 특별한 차이는 없어 보인다.

테라로사와 보헤미안커피 리뷰 비교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점은 매장의 인테리어와 디저트의 다양성이라고 보인다. 테라로사는 넓은 매장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매장의 분위기에 대한 좋은 평을 받고 있고, 베이커리류를 기반으로 보헤미안커피에 비해 다양한 디저트를 갖추고 있다. 국내 지도 앱 점유율 1위인 네이버 지도의 리뷰를 통해 수치상으로 비교해 봐도, 커피의 맛에 대한 칭찬은 오히려 보헤미안커피가 78.5%로 테라로사의 66.9%에 비해 더 높은 반면, 공간에 대한 칭찬과 디저트에 대한 칭찬은 모두 테라로사가 10% 이상 더 높다.


개인 카페와 스페셜티 커피 카페의 차별점은?


 개인 카페의 상황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를 일반 대중이 찾아오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요소로 '특별한 공간'과 '디저트'를 도출해 보았다. 그러나 이 둘은 개인 카페도 잘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개인 카페가 아닌 스페셜티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택하게 만들 이유도 있어야 한다.


 개인 카페는 가질 수 없지만, 스페셜티 프랜차이즈만이 가질 수 있는 요소는 결국 브랜드다.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커피는 브랜딩에 유리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요소가 많으면서도 고급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식음료이기 때문이다. 매장 수가 적다는 희소성까지 가졌으니,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에 스페셜티 커피 카페는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블루보틀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된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드립 커피 (출처: 블루보틀 홈페이지)

 그러나 스타벅스 때와 다른 것은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품질 하나만으로는 대중에게 브랜드를 기억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확실한 브랜드만의 스토리나 콘셉트가 있어 대중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킬 수 있어야 했다. 블루보틀은 이를 매우 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블루보틀은 단순한 메뉴 구성, 심플하고 명확한 인테리어와 브랜드 로고, 콘센트와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매장, 바리스타가 3분 동안 직접 내려주는 느리지만 양질의 커피 등을 통해 '최고의 맛'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블루보틀의 굿즈 매출 비중이 40%나 되는 것으로 봤을 때, 고객들에게 블루보틀의 브랜드 가치는 잘 먹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블루보틀이 굿즈플레이를 하며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블루보틀은 본인들만의 무기를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명확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쌓아가면서도, 편하게 들리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특별한 시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인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스페셜티 프랜차이즈는 충분히 개인 카페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스페셜티 커피 카페에게 적합한 전략은 무엇일지 살펴보았다. 스페셜티 프랜차이즈는 본질적으로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 수 있어야 했다. 따라서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급할 때, 혹은 편하게 들릴 때 방문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스페셜티 커피는 특별한 시간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상황에 적합했다. 비슷한 맥락에 있는 개인 카페 사업에서 힌트를 얻어 그를 위한 방안으로 특별한 공간과 디저트의 중요성을 살펴봤다. 또한 개인 카페와의 차별점을 위해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쌓아나갈 수 있어야 했다.

 말이 쉽지 개인 카페의 장점과 프랜차이즈 카페의 장점을 모두 챙겨야 하는 방식이다. 이를 훌륭히 해낸 블루보틀과 테라로사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 병'이라는 뜻의 블루보틀, '붉은 땅'이라는 뜻의 테라로사. 서로 대비되는 색깔이지만 커피에 대한 진심만은 동일한 두 브랜드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지켜보자.

 



*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소개해주고 싶은 국내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있다. '프릳츠'라는 카페다. 프릳츠는 한국적인 글꼴, 독특하고 인상적인 물개 로고, 한옥을 연상시키는 매장 등으로 한국적이고 레트로한 확실한 브랜드 콘셉트를 확실히 가지고 있으며, 제빵사들이 직접 만들어주는 베이커리를 제공해 커피 외의 음식도 높은 퀄리티로 즐길 수 있다. 본글을 통해 도출한 스페셜티 커피 카페의 중요 요소들을 꽤나 잘 충족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잘 맞아 사심을 담아 잘하고 있는 국내 스페셜티 카페 브랜드로 소개하며 응원해 본다.


프릳츠 매장 소개 (출처: 프릳츠커피컴퍼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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