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 밥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들
스승의 날 때 교수님 두 분께 연락을 드렸다. 한 분은 올해 교양 수업을 듣고 있는 교수님이고, 남은 한 분은 작년에 들었던 교양 수업의 교수님이다. 올해 교양 교수님은 수업에서 매주 보고 있기도 하고 가끔 상담도 하고 있는데 작년 교양 교수님은 그렇지 않다. 작년 교양 교수님은 올해 겨울 잠깐 만나서 산책을 한 이후로, 길에서 한번 마주친 것이 다일뿐이다. 그래서 교수님이 보고 싶어졌다. 스승의 날 감사 문자를 보내면서 마지막에 '교수님 보고 싶어요~'라고 적어서 보냈다. 그러니 곧이어 교수님께 답장이 왔다.
'시간 되면 점심 한 번 사줄게. 언제쯤이 좋은지 말하렴.'
연락을 보자마자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다. 이렇게 연락을 해주실 줄 몰랐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교수님과 바로 약속을 잡았다. 수요일 점심시간이었다. 약속을 잡으면서 교수님은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해서 오라고 하셨다. 여기서 수요일 점심시간까지 멘붕이 왔다. 교수님과 둘이서 식사는 처음인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주변에 교수님과 둘이서 식사를 해봤을 것 같은 선배 몇 명에게 물어봤는데,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졸지에 올해 교양 수업 교수님께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겨우겨우 메뉴를 정해서 수요일 점심시간 약속장소로 향했다.
교수님은 날씨가 더우니 차로 이동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차에 탔는데, 교수님은 씩 웃으면서 말하셨다. '네가 뭐 먹을지 준비 안 해왔을 것 같아서 내가 정해왔다.'라고. 앞의 말에 억울함이 들다가도 뒤에 말에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했던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었다. 그래서 신이 나서 메뉴 고르는데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 드렸다. 교수님은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으신 것 같았다. 차에서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작년 수업 같이 들었던 사람들 이야기 등을 했다. 차 내부는 에어컨을 틀어 시원했고 밖은 화창했다.
교수님이 삼계탕을 먹을 건지, 파스타를 먹을 건지 정하라고 하셨다. 나는 무조건 한식 파여서 삼계탕으로 정했다. 식당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교수님이 스승의 날 문자 이야기를 하셨다. 내 문자에 정성이 가득했고 마지막에 보고 싶다는데 이 말을 어떻게 지나칠 수가 있냐고 웃으면서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교수님이 안 만나줬으면 삐졌을 거라고 했더니 교수님이 소리 내며 웃으셨다.
메뉴 정할 때의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즐거웠다. 그런데 교수님이 갑자기 한 질문을 하셨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다른 사람을 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나는 이 사람을 진짜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 상상치도 못한 주제의 대화가 나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안다'의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해 온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기 때문이다. '아, 나 그 사람 알아!'라고 말해왔는데 도대체 뭘 알기에 그렇게 답해왔을까? 그냥 그 사람의 외양과 이름이나 나이 따위의 간단하고도 간단한 정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것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교수님은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 질문이 떠오르셨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안다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적어도 이런 식사 자리를 몇 번 하고 서로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나눈 사람을 그제야 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러면서 교수님은 나와 밥을 먹기로 했을 때부터 그 시간에 나에게 어떤 배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서 대화거리를 준비해 오셨다고 했다.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같이 있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노력해 오신 것이 대화에서도 충분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해야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 오신 게 한눈에 보였다. 나도 교육자를 꿈꾸고 있는데, 교수님의 나이까지 나와 학생 그리고 수업에 대해 저렇게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니 교수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커피까지 사주셨다. 교수님의 연구실도 보러 가고 싶었지만 하필 수업이 2시라서 헤어져야 했다. 교수님께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니 교수님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현지는 에너지가 좋아서 같이 있으면 그 에너지가 나한테 전파되는 것 같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그간의 힘듦이 다 없어지는 것 같았다. 다음 약속을 잡지는 않았지만, 다시 또 이렇게 만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다음 약속이 기다려지는 헤어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