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의 실패 후, 1번의 성공을 위해.
나는 실패한 인생일까요?
암울하고 다크 한 분위기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나오는 명대사이다.
5월.
수없이 많은 고통이 심장을 파먹어 버렸고,
빈 껍질만 남아 뚫려버린 가슴으로는 뜨거운 태양빛이 통과했다.
23층에서 바라보는 세상 밖은 처참히 높았고 선명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땅은 너무나 아득하고 멀어 보였다.
시선의 끝으로 가려다 더 이상 가까워지기 두려워 창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그리곤 생각했다.
'나는 실패한 인생일까?'
가을.
길고 길었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왔다.
좀 강조해서 말하자면, 나는 이 계절을 누구보다 더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는 5월부터 시작됐던 기나긴 여름이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졌다.
처음 겪어보는 일을 겪고, 멘탈이 쿠쿠다스처럼 산산조각 났었다.
4개월을 조각조각 난 마음을 이어 붙이는데 공들였다.
다행인 건 마음을 붙이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낸 거였다.
마음을 붙이는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된 건 바로 글쓰기였다.
현재 브런치스토리에 이렇게 매주마다 글을 연재하고 있는 것도 마음 붙이기의 일종이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은 오로지 내 생각과 사실, 경험을 바탕으로 쓰기에 정말 편하게 글을 쓰게 된다.
미리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지하층을 탈출한 내가 지상층을 올라가는 것까지 연재를 마음속에 그리는 중이다. 이러다가 천상의 계단까지 쓰는 거 아닌지 들뜬마음을 조금 가라앉혀 본다. 아주 천천히, 하다 보면 가겠지.
그리고 두 번째로 글을 쓰는 게 또 있다.
바로 웹소설이다.
작년 11월, 갑자기 머릿속에 띵! 하고 영화 필름처럼 생긴 무언가가 머릿속을 매일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수많은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에 영화처럼 지나갔고, 나는 처음에는 꿈이겠지 하며 무시를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장면들이 마치 이 내용을 꼭 써달라는 등장인물들의 바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웹소설로 쓰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독학을 했다. 심지어 퇴근 후에도 세계관과 각 등장인물들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보는 것과 쓰는 것은 정말 확연히 달랐다.
글을 쓰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수없이 들었다.
흰색 바탕화면에 검은색 'ㅣ'자 커서가 깜빡이는 게 왜 그렇게 공포로 다가오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여러 도전 끝에 내가 쓰고자 하는 세계관을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봤다.
하지만, 실패했다.
내가 쓴 글은 마치... 이랬다.
자자! 독자 여러분, 내가 대단한 글 하나 쓸건대 말이죠.
한번 들어만 봐요.
자. 여기 내가 쓰고 싶은 글은 A부터 Z까지 이렇게 상세설명 되어 있거든요.
다 읽어보고 우리 1화 들어가 보자고요!
다행히(?) 그 글을 대중에게 알리지는 않았지만,
주변 웹소설을 보는 지인들에게 평가를 받은 후에 내 글이 엉망이라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포기했냐고?
그랬다면 B14층을 탈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멘탈이 털려있는 와중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날아가는 새들도 수없이 많은 추락 끝에 비상을 했으니..
내가 떨어진 이곳으로부터 나는 다시 날아가야 할 준비를 서둘러했다.
그 준비이자 발판이 바로 웹소설 학원을 등록한 거였다.
그렇게 학원 등록 후, 내 삶은 다시 시작됐다.
과거의 일련의 일들이 내 발목을 잡아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앞만 보게 됐다.
학원을 가는 내내 내리쬐는 햇빛을 그늘도 없이 온몸으로 다 받아내며 뜨거운 발걸음을 걸었다.
하지만 현재 또 한 번 실패했다.
정말 많은 설정과 더 이상 전개할 수 없는 내용들에 머리가 블랙아웃 됐다.
정리된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그려진 마인드맵과 세계관을 정립시킨 내용을 다시 봤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두려웠다. 이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담당 강사님께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을 전해드렸다.
그날 저녁, 나는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실패는 했지만 성공을 갈망했다. 두려웠지만 나아가고 싶었다.
새벽이 되어서도 고민은 계속되었고, 조용해진 밤은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불어다 주었다.
그러다 문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강사님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대대적인 수정으로 소설을 다시 만들어 오겠다 약속을 드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실패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난 내 머릿속에 함부로 들어와 반년동안 나를 괴롭혔던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널리 퍼뜨릴 거니깐 말이다.
사실 초심은 이랬다.
해리포터 작가. J.K롤링.
그녀가 쓴 해리포터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 알려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 있던 작품인 만큼, '나도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웹소설을 한 번 써보자.'라는 게 목표였다. 원대한 목표긴 하다.
하지만 못 이룰 것 같진 않았다.
내가 J.K롤링을 롤모델로 둔 이유는 그녀가 해리포터를 세상에 나오게 하기까지의 여정을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알듯이 롤링은 해리포터를 내기 위해 수많은 출판사들에게 퇴짜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수많은 실패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래야 이야기가 흥미롭고 독자들에게 응원을 받는 주인공이지 않는가. 롤링도 현실세계에서 해리포터 작가이자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롤링은 또다시 한 출판사에 해리포터를 내달라고 부탁을 했고, 우연히 그 출판사 대표의 아이가 해리포터를 보고 정말 재밌다는 표현을 들은 대표는 그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해리포터'라는 책이 이 세상에 나와 역대급 판매와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책이 된다.
과연 우연이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우연이란 준비된 자들에게 오는 행운의 단어이자 마법의 단어이다.
대작이 나오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작이 나오려면 수많은 실패가 쌓여 하나의 성공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롯이 실패라는 고된 채찍질을 견디면 우연이라는 뜻하지 않는 행운에 업혀 성공하게 된다.
살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나열해 보면...
한참 학창 시절에는 학교를 가기 싫었다. 학원도 가기 싫었다. 공부도 하기 싫었다.
운동도.. 등등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고 포기를 하면, 나아질까?
아니다. 오히려 찜찜하다. 뭔가 계속 찜찜하고 뒤가 구리다. 수많은 포기를 경험한 경험자로써 얘기하는 것이다. 아마 그 찜찜함을 버리려고 생각해서 그냥 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면 괜찮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갔다. 포기를 하는 것은 결국 실패를 하는 것과 같다.
실패는 하기 싫고 포기는 하고 싶던 과거를 잊어버리자.
5월부터 9월까지 긴 터널 같던 무더운 여름을 버틴 나는 쉽사리 세상에 무릎 꿇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여기까지 온 것이다.
누군가에겐 짧으면 짧았던 여름이겠지만, 나에겐 앞서 말한 것처럼 살면서 가장 긴 여름이었다.
이제 아무 말 없이 여름이라는 잔인했던 계절을 뒤로한 채로 가을에게 두 팔을 벌려 안아보려 한다.
앞으로 겨울과 봄이 다시 잔인한 여름을 알리기 전까지 내게 남아있다.
포기하기에는 이르고, 실패하기에는 좋은 계절들이다.
빠르고 느리고는 상관없다. 방향이 달라도 괜찮다.
언젠가 내가 목표했던 그곳에 도착할 것을 알기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좋은 명언 및 명대사를 가져왔다.
최근에 본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이다.
요즘은 CG가 많은 영화보다 이렇게 20년~3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투스카니의 태양에 나온 대사처럼.
언젠가 기차가 올 줄 알았으므로 우리도 인생에 계속해서 철도를 놓아보자. 기차는 언젠가 오기 때문이다.
뜻밖의 일은 항상 생긴다. 미리 준비를 해놓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