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들 앞에 주저하지 말자.
인생이란 마치 음악의 음계와 같다.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계이름, '도'를 시작으로 '레' 와 '미'를 듣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뒤에 올 음이 '파', '솔', '라', '시', '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인생은 절대 '도레미' 다음에 '파솔라시도'가 나올정도로 예측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는 존재로서, 삶의 여정을 걸으며 어떤 경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첫 피아노 수업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되었다. 당시 선생님께서 주신 숙제를 억지로 해내는 버릇이 있었다. 그 숙제는 한 번 연주할 때마다 동그라미를 하나씩 색칠해야 했다. 공책 속에 그려져 있는 빈 동그라미를 채우는 일은 항상 귀찮았다. 심지어 중요한 곡을 칠 때는, 선생님께서 직접 동그라미들 사이에 남은 공간에 동그라미를 더 그려넣어서 연습을 더 많이하게 했다.
어느 날, 피아노 연습이 너무 싫었던 나는 곡을 한 번 칠 때마다 두 개, 세 개의 동그라미를 채우기로 결심했다. 억지로 눌려지는 계이름들이 내는 화음과 선율은 말그대로 처참했다. 그 결과, 연습을 절반밖에 하지 못한 채 다음 과외를 받게 되었다. 이윽고 그 곡을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게 되었고, 피아노 연주는 내가 듣기에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이런 나의 모습에 선생님께서는 혼내기보다는 오히려 다정하게 말씀해주셨다.
"대현아, 인생은 도레미가 아니야. 너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앞으로 너의 삶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거야. 그 경험들은 때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야."
그 말씀은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앞서 선행된 '도레미'라는 음 다음에 '파'가 와야 할 자리에 '솔'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관객들은 '틀린거 아니야?' 라는 반응과 함께 피아니스트가 제대로 연주를 하는 지 의심을 할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음식의 냄새와 맛이, 직접 먹어보니 전혀 다를 때 느끼는 감정과 같다. 하지만 이는 악보를 제대로 못 봐서 틀린 게 아니다. 또, 음식의 맛이 잘못된 게 아니다. 악보는 제대로 되어있고, 음식도 제대로 만들어 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예상한 결과가 아닌 것 뿐이다.
선생님께서는 연주를 더 하지 못하고 피아노에서 손을 내려놓고 있는 내 모습을 보시면서 더 말씀하셨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인생이라도 내가 그 인생을 더 안정적이고 순차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꾸준한 연습과 노력,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해."
그 후로 나는 연습량을 채우는 동그라미를 치는 일을 전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습량은 주어졌던 양보다 더 많이 할 정도였다. 그걸 보는 선생님께서는, 보여지는 연습량에서 나오는 연주에 대한 자신감과 한번도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내 모습에 매우 흡족해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 나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말이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 현재의 내 인생은 '도레미파'의 인생일 줄 알았는데, '도레미솔'이다. 심지어 완성된 작품이 아니기에 '솔'에서 멈춰있다.
우리의 삶이 기나긴 사막의 여정이라 했을 때, 때로는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삶의 불행은 언제 불어올지, 얼마나 강하게 불어올지, 어떻게 불어올지 결코 알 수 없다. 모래폭풍이 언제 올지는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로 직감할 수는 있지만, 사막을 건너는 동안 그 폭풍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은 그러한 것이다. 때론 운이 좋게도 모래폭풍을 피하고 순탄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지만, 운이 나쁘다면 겨우 한 폭풍을 피하고 바로 또 다른 폭풍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처럼 앞으로 만들어질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을 음악처럼 여겨가며, 예기치 못한 음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 그 모든 경험이 모여 나만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가리라 믿는다.
정해진 음계에 아름다운 화음을 놓기 위한 작업의 시작은 '나'로 부터 시작한다. B17층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현재의 나는 '마음챙김'을 실행중이다. 마음챙김은 글을 쓰며 치유를 하는 행동만큼 효과가 많다.
나는 주로 여러방법으로 마음챙김을 하는데, 그 방법을 잠시 소개해 본다.
- 거울을 보고 화이팅을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해보자. 참고, 공중화장실 말고 혼자서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해야 부끄러움을 없앨 수 있다. 처음에는 내 자신에게 하는 이 행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했지만 생각보다 하이파이브의 효과가 2배가 되는 느낌이다.
-나를 위한 소확행을 하나 이상은 준비를 해두자. 요새 나는 작은 목표부터 큰 목표를 이루게 되면 그에 맞는 보상을 꼭 준다. 그것이 먹는 것이든, 자유시간을 갖는 것이든, 뭐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일이다.
-에세이를 읽자. 내가 채우지 못한 마음을 타인의 생각을 통해 채우는 일도 효과가 좋다. 내가 모르고 있던 힐링방법을 알려주거나, 작가의 실제 사례나 독자를 위한 말들이 비워진 마음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소개한다. 이 세가지만 해도 하루의 힐링을 충분히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러 성공을 통해 보상으로 받은 드라마 보기로 일주일만에 정주행을 완료한, <나의 아저씨>에 대한 명대사를 올려본다. 암울한 현실속에서, 8화만에 처음으로 웃어보이는 '이지안'이라는 케릭터에 푹빠져 브레이크를 못 걸고 드라마를 다 봐버렸다.
가장 여운에 남는 장면이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한 내력을 기르며..
내 인생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