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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Oct 27. 2024

나를 지키는 방법

아직.. B13-B12층 그 어딘가.

무너지고, 버티고, 일어나라.

지난 화의 제목이자 현재 내가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는 이유다.


내가 B1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오른 계단은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끝없는 다짐과 용기를 갖고 올라왔던 것들이 무색하게 한순간 어둠에 잠식되었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단어를 생각하게 되면, 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해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당신은 이제부터 머릿속에 한 마리의 동물을 생각해야 한다.

그때, 한 마리의 동물을 생각하지만 절대로! 절대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 달라.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당신의 머릿속은 온통 코끼리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코끼리 : 저를 생각하지 마세요.


현재 내 머릿속의 상황이 그렇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해야 하는데,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어 버린다.

머릿속이 온통 코끼리로 가득 찬 상태의 일상이 반복된다.

코끼리가 그 큰 발로 뛰어다니면, 삶의 여러 방향에서 어긋남이 발생한다.

직장에서는 내가 손님에게 무슨 말을 했었는지, 내가 어떤 걸 꺼내려고 자재실에 갔었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코끼리가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상황에 모든 생각이 팔려버리니 일이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이렇듯 어쩌면 일상을 잃어버린 순간,

나는 지하층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던 것 같다.

현재 나는 무엇이 두려운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계속해서 지레 겁먹고 있다.


수많은 조언 속에서도 가장 안 좋은 생각만 하다 보니 결과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느꼈다.

머릿속을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멘탈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은 지 벌써 일주일 하고도 5일이 지나간다.

오랫동안 멘탈과 나의 싸움이 계속되는 중이다.


그 와중에 많은 조언들을 듣고 매일 상기하며 지내고 있다.


'언제나 잘하려고 하면 더 못해. 그냥 알아서 되겠지라 생각해.'

'세상이 내 맘 같지 않아. 내 맘 같았으면 벌써 부자도 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가지.'

'나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많다. 그들도 나처럼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네가 너인 것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어. 그저 네가 하고자 하는 걸 해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나를 중심에 두면 세상이 나를 도와준다.'

'내가 힘들 때, 허들경주라는 이야기로 희망을 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다시 일어나 달리는 중이다.'


단 한 마디라도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다시 가슴을 울려댔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런 실패라고 생각하는 나날들과 위기라 생각하는 나날들을 경험해서

더 높이 올라가려는 엄청난 기회라 생각했다.


생각은 했다. 다만, 기회 앞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과거로부터 멀어지려 노력했던 지난 과거들은

모든 사건이 끝나야 정말 없어질 것 같아서 놓아주질 못하고 있다.

아마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기억은 날테다.

저 멀리 떨쳐 보낼수록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좋은 일들과 수많은 기회들이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건 알고 있다.

잘 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나를 지키는 법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니 여러 방법들이 있다.


1. 나를 팽개치고 남을 챙기지 마라.
2.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지 마라.
3.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마라.
4. 상처 주는 말은 그냥 넘기지 마라.
5. 모든 일을 내 탓이라 생각하지 마라.
6.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마라.
7. 떠나는 사람 애써 붙들지 마라.
8. 남 눈치 보느라 원하는 일을 참지 마라.
9. 무례한 사람에게 잘해주지 마라.
10. 칭찬을 듣고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마라.


심리 상담에서도 느꼈지만, 이 중에서 몇 개는 내가 정말 고쳐야 하는 충고이자 방법들이라 생각했다.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맞는 말이다.


정말로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현재보다 더 많이 무너져 내렸을 거다. 그걸 안고 가는 건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시체와도 같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온다.

사건은 이렇다.

와이프의 불륜을 이미 알고 있는 남편과 아내의 대화 중 참고 참았던 말을 내뱉는 남편의 상황이다.

"너 그 새끼랑 바람피운 순간, 넌...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거야. 박동훈, 너는 이런 대접받아도 싼 인간이라고..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그냥 죽어버리라고."


드라마의 대사지만 박동훈의 저 대사가 왜 이렇게 가슴에 남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인생.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

오늘은 후배의 결혼식에서 기쁠 희를 보며, 동시에 어떤 일로 세상을 떠난 선배의 슬플 비를 들었다.

누군가의 인생은 현재 정말 좋은 기운이 가득해서 나아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인생은 영화의 제작사들 크레딧까지 이미 다 올라와서 검은 화면만 틀어져 있다.

정말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일들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사람도, 벅찬 현실 앞에서는 끝없이 흘러가는 러닝타임을 중간에 싹둑 잘라버린다.


현재 나는 살짝 꼬여버린 인생을 다시 피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절대 싹둑 자르지 않을 거다.

원상복구. 이 정도만 할 거다.

그래야 다시 영화가 제대로 상영될 터이니 말이다.


가뜩이나 힘든데 꼬인 거 푸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살아간다.

확실히 안 좋은 일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이 너무나 많고,

아직 내 영화의 러닝타임은 너무 많인 남았음을 느낀다.

태양의 노트에 적힌 수많은 꿈을 다 이루기 전에는 무덤에 들어갈 수 없다.

이유는... 내 무덤에는 이런 문구를 적기로 했기 때문이다.

꿈을 다 이뤘더니, 이제 조금만 쉬어야겠다.

이 정도는 말하고 영화를 마무리해야 편안하게 인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내 앤딩크레딧도 다 정해졌으니 이제 중간 내용들을 얼마나 어떻게 기승전결 있게끔 꾸밀지가 관건이다.


계단을 올라가며. 계속해서 고민을 되뇌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새벽이다.

언젠가 나도 평안한 일상을 다시 보내겠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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