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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Nov 17. 2024

나를 지키는 방법. [2편]

B10층. 이제는 죄책감을 보내주자.

*이기주의
: 사회적으로는 개인 또는 집단이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위해 공공선에 피해를 주는 행동


요새는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시대인걸까?

 간접적으로는 아침마다 보는 뉴스기사에서 이를 많이 볼게 된다. 누군가 먼저 양보하면 될 상황이 결국은 폭력이 나 살인으로 벌어진 일들이 대다수다. 심지어 차량의 블렉박스 영상들을 모아놓은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진로를 방해했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차에서 야구배트가 나오는가 하면, 망치등 갖가지 살인무기로 변질될 수 있는 것들이 보여진다.


 이런 사건이나 사연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점점 병들어 가는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때로는 무한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를 과연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람들은 이기주의적인 사람보다는 이타주의자 이거나 자신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들을 더 선호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그런 사람이 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착하게 살면 자칭 호구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이 너무 많이 펼쳐지는게 현실이다. 그렇게 순수라는 곱고 이쁜말이 현재에는 호구나 바보스럽다는 말로 변질된 사실에 안타까움이 생긴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착한 사람들을 점점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 슬픈 현실이다.


*이타주의
: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주의로, 행동의 목적을 타인에 대한 행복에 둔다는 것으로, 남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반대


그렇다면 이타주의의 삶은 어떠한가?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않도록 살려고 노력한다. 이 또한 정말로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나에게 엄격하면 엄격했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심지어 나란 사람은 Giver(주는사람)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행위를 더 좋아한다. 지금도 뭔가가 있으면 자꾸 주려는 마음이 봄에 피는 새싹들처럼 푸릇하게 올라온다.


 하지만 나만  피해를 안주면 되는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위에서 말한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가 되버린 현실을 느끼게 된 뒤부터는 마치 착하게만 살려고 했던 인생에서 모난점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듯 했다. 그렇게 착하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본모습을 일절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지 않기에 그만큼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게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누군가는 항상 남에게 피해를 준다.

예를들면, 자영업을 하고 있는 나에겐 피해를 주는 악덕 손님들이 항상 존재한다. 외상을 하면 항상 어음을 주듯 몇 개월만에 입금을 해주는 사장님이 있다. 정말 신기한 건 그들에게 언제 입금을 해줄 지 물어볼 때면 돌아오는 말은 항상 똑같다.


내가 돈 받으면 줄게!


 왜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인지 알 수 없다. (누가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주나? 어디 대사 학원있는건가?)

물론 이제는 이런 손님들을 대처하는데 익숙하다. 그들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다시 말해주면 된다. 이분들의 특징은 항상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잘 녹음된 내 머릿속 그들의 말을 그대로 들려주면 열에 아홉은 어떻게 해서든 갚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나머지 하나는 법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


 이렇듯 내가 아무리 남에게 피해를 안주고 살려고 해도, 누군가는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생긴다. 이를 피해간다는 건, 정말 운이 좋거나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아닐까? 아니면 유토피아 살고 있는것 아닐까..?




나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계속해서 지하층을 오르고 있는 목표말이다.


내 삶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것.


이게 올해의 내 목표이자 내년까지 현재진행형이 될 목표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을 당하고 난 뒤부터 숱하게 걸어온 지하계단을 아직 오르고 있다.

처음부터 이 글을 봐오신 독자님들은 눈치채셨을테다. 그 사건으로부터 힘든 나날을 마주하고 삶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상상속의 뛰어내림을 수십, 수백번을 하며 결국 나란 사람은 B23층이라는 곳에 떨어졌다. 그 뒤의 많은 내용들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많은 경험을 했고 현재도 하는중이다.


 그 당시에는 세상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표출하기에는 아픔이 더 커져서 제대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란 사람은 이 사건의 원인이 나로인해 시작된 것 마냥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말이다.


 이 공간은 너무 춥고 어두웠다.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한탓에 다시 일어나길 반복했다.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길을 걸으며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는걸까?'

'내가 못해준 게 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나?'



 수많은 질문들 속에 갇힌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누군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길 바랬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로 누군가의 대답을 듣고 싶었던 심정이 컸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마음과 생각을 이렇게 글로 적어서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 아마 많은 작품 수는 아니지만 몇몇 내가 쓴 작품에는 이런 질문들이 적혀있다. 비록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대답을 들은 질문들이 더 많다.




 저번주에는 내 멘탈과 근육을 케어해주신 PT숍 대표님을 만나뵙고 왔다. 이 대표님께 5~6년정도 개인레슨을 받으며 틀어진 골반과 다치지 않고 운동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내가 초창기 멤버이다보니 더 신경써주시고 아껴주신듯 보인다. 한창 멘탈이 나가있는 순간에 대표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약속을 잡았다.


 대표님을 뵙자마자 대표님께서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보셨다. 그간의 일들을 다 말씀드리니 대표님께서는 놀라시기는커녕 오히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까지 잘 버텼다.' 라는 걱정어린 말씀을 해주셨다. 등을 토닥여 주시는데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어도 대표님 손의 온기가 더 따듯하게 느껴졌다.


 대표님의 지인들 중에서도 이런 사건을 겪으신 분들이 여럿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과거에 그들이 어떻게 이 사건들을 해결했는지부터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었다. 마치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는 듯 했다. 그러면서 대표님께서는 딱 한 가지 나에게 당부를 하셨다.


"대현씨 절대로! 자책하지마요. 대현씨는 잘못이 없어요. 진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이 말을 듣고나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 말을 많이 들었지만, 유독 대표님께 듣는 이 말이 내 뇌리를 더 강하게 스쳐갔다. 아마 수많은 질문들에 마침표를 찍어준 결정적인 말이란걸 깨달아서 그런걸까.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한 내 질문들은 거의 대부분이 나란 사람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가정을 염두해 둔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표님의 이 한 마디로 이러한 질문들조차 전혀 쓸떼없는 환상같은 거란걸 깨달았다.


나는 잘못이 없다.


 없어질 줄 모르던 죄책감이라는 존재가 단번에 사라졌다. 맞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과거의 나를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됐나부다.


 그렇게 대표님과의 대화는 과거의 그 사건을 넘어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다소 건설적인 이야기들로 발전했다. 과거에 레슨을 받을때도 우리 둘은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했기에 사업 파트너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대표님께서는 내게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라는 무언의 충고를 덤으로 해주신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사건에 대한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에필로그이자 인생 경험치 쌓기 중 일부였다. 위에서 말한 악덕 사장 중, 법의 심판이 필요한게 이번 사건에도 필요하게 되어 이제 곧 진행 될 예정이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인생을 살면서 안 겪어봐도 될 일들을 겪는다. 어떻게보면 참 씁쓸하기도 한데 뭐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인데 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현실이다. 과거는 이미 모든 증거가 되었다. 이제 이 현실에서 내 멘탈을 다시 찾아오고, 더 오래 버텨서 승리를 쟁취할 일들만 남았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갈거다. 항상 그래왔듯이...




잘못을 했을 때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당사자는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보자.

어느 누가 잘못에 대한 행동을 진심이 담기지도 않은 장문의 SNS로 보내는가?

남녀사이의 고백도 SNS로는 절대 안하던데 말이다.


사과는 용서를 동반한다. 진심어린 사과는 지인과의 우정을 더 돈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늘부터라도 만일 가까운 지인에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하루를 넘기지 말고 먼저 사과를 해보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잘못은 바람이 들어가는 풍선처럼 점점 커지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시도해보라.

우리모두 죄책감을 갖지말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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