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친구랑 보낼 수 있는 자유
주말 부부는 생일날 같이하기가 참 어렵다. 나도 남편의 생일날 같이하지 못했고. 최근에 내 생일이었는데 생일이 정초다 보니 남편과 미리 연말연시를 제주도에서 보내고 왔다. 남편의 생일선물로 고급호텔에 머물러 호캉스를 하였고 카운트다운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리 생일을 챙겼다. 호캉스에 이어 그다음 주말은 생일상을 차려주겠다나 뭐라나. 어쩌다 보니 생일이 마치 열흘이 된 느낌이다.
나는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매우 매우 매우 좋아하지만 생일날은 그래도 조금쯤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생일날 점심에는 동생과 강아지가 회사 근처로 와서 같이 밥을 먹었고 저녁엔 회사 동기들과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카톡선물하기와 메시지에 답변할 시간도 없이 바빴는데 그래서 내 생일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야근하고 제일 늦게 도착했다는 건 조금 슬픈 사연. 그래도 생일 저녁에 너무나 많은 수다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손에 케이크까지 들려준 친구들에게 감동 또 감동. 결혼을 하면 보통은 생일날 부부끼리 보내게 되는 듯하다. 그것도 좋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보내는 시간도 나쁘지 않더라. 이렇게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것이 각각 따로 사는 것의 장점이 아닐까?
늦은 밤 집에 와보니 집 앞에 이미 도착한 선물들로 기분이 좋아졌다. 생일이라는 게 별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은 신나게 보내게 되는 건 이런 사람들의 마음덕 아닐까. 그나저나 내가 차를 좋아하고 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소문나서 차선물, 컵선물이 많이 들어왔다. 그중 가장 감동받은 선물은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보내온 선물이었는데 눈물이 찔끔 나버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선물을 직접 고르고 편지를 써서 포장하고 택배를 부치는 일은 정말 귀찮고 또 희귀한 일인데. 이런 인연들이 생긴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이다.
여하 간에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2023년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