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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Aug 23. 2022

집순이에게 최적의 삶

가까울 수록 거리를 가져라

집순이에게 최적의 삶집순이에게 최적의 삶

내 공간을 갖고 싶은 나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준 것은 또 회사였다. 본사 근무가 결정된 것이다. 무려 7년 만에 본사 복귀. 사실 본사와 같은 지역에 부모님 집이 있으니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옳은 선택이겠지만 '엄마 없이는 못 살지만 엄마랑은 못살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 핑계로 회사와 부모님 집 사이 어딘가에 결국 전셋집을 얻고야 말았다. 드디어 완전한 내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나는 남편과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자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주중에는 각자의 집에서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서로 일정을 맞춰 만난다. 주로 서로의 집을 오가는 데이트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평범한 주말 부부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마음가짐이다. 누군가 둘만의 공간으로 주말에 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각자의 공간에 파트너가 방문하는 개념. 결과는 같더라도 사고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주말에 일정이 있는지 묻고 어느 지역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지 합의한 후 만나는 과정은 내가 완전히 독립되었다는 기분을 실감케 한다. 어떨 때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한 달씩도 만나지 못하는데, 그럼 마치 원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이 되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커 진다.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3년을 버텨온 내가 역병에 결국 걸렸다. 요새 다시 대유행이라더니 결국엔 걸려 버렸는데, 남편과 함께 살지 않다 보니 동거인도 없고... 완전한 격리생활이 되더라. 대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삶의 방법이랄까. 코로나가 다 낫고 이래저래 3주 만에 남편을 만났다. 주말에 남편집으로 갔는데, 평소보다도 더 극진히 대해주어서 얼마나 재밌던지.
오랜만에 보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더더더 크다. 결혼 7년 차면 사실 신혼이라고 하기엔 꽤 시간이 지났지만 남편은 아직도 우리가 신혼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같이 함께 있던 시간은 많지 않으니 신혼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웃기지만 꽤 그럴듯해서 장단을 맞춰 주고 있다. 





늘 서로 애틋하고 반갑고 보고 싶은 사이가 될 수 있는 비법.
바로 주말 부부. 독립된 삶이다.




한 지역에서 태어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나오고 같은 지역에 있는 회사에 간 나는 그야말로 토박이다. 대학교도 회사도 집 근처로 가서 독립할 기회가 없었기에 결혼을 핑계로 부모님 집에서 나왔는데 엄마는 내가 나가는 것을 속 시원해하기도 하다가 어쩐지 아쉬워하기도 하다 했다. (현장 근무 시에도 숙소 반 부모님 집 반 생활해서 반 독립 정도였다.) 다 큰 딸도 엄마 눈에는 아직 애로 보이나 보다. 엄마는 내 나이에 애가 둘이었는데...   

독립된 삶의 장점은 내가 모든 것을 주관하고 결정할 수 있고, 내가 납득하지 못할 규칙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집을 꾸밀 때 오로지 나의 취향과 입장만을 고려한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원탁을 살 때 모두가 반대했었다. '배치가 어렵다, 활용이 불편하다, 금방 질린다' 등등. 그러나 집순이인 내 생활 패턴에는 너무너무 딱 맞는 선택이었다. 그 테이블이 있는 곳은 카페 공간으로 사용해서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일을 하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좋은 나만의 홈카페. 내가 이렇게 테이블 활용을 잘하는 것을 본 엄마는 잔소리가 확 줄었다. 엄마가 보기에도 이 집은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딸 살림에 말 얹으면 사이 나빠질 것 같아~'라던 우리 엄마. 너무 사랑스럽다.


집에 들어가는 것이 즐거운 이유,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갔을 때의 정적이 너무 외롭다던데 다행히 나는 이 정적마저 즐길 수 있다. 완전한 집순이. 나는 진짜 집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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